부캐 덕분에 버텼습니다.

by 안녕


2021.6.13.



마지막으로 발행했던 글로부터

정확히 한 달 하고도 며칠 더 지났다.

틈틈이 쓰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하루 이틀 밀린 글쓰기는 잊혔다.



본업으로 삼고 있는 일이 워낙 6,7월에

미칠 듯이 바쁜 데다가

육아하며, 장거리 출퇴근하며,

쫓기듯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제일 먼저 지워지고 만 것.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여러 감정을 느꼈는데

당장 적어보려고 하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즐겨 쓰던 에버노트의 기록도 6월 언저리에 멈춰있고

휴대폰의 메모장도 업무와 관련된 것뿐.



쓰윽

메모장을 둘러보니

근 한 달 동안

정말 일만 하고 살았다.



각종 평가를 준비하고, 못다 쓴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퇴근 후에 못한 일은 새벽에 일어나 믹스 커피 한 잔으로 졸림을 버티면서,

끼니를 찰 쟁기지 못하는 남편을 위한 음식들을 만들면서,

편식하는 녀석, 하나라도 더 좋은 거 먹이려고

요리하면서, 주말 내내 빨래, 설거지, 청소, 옷 정리 등

자잘한 집안일을 하다 부족한 잠을 조금씩 채워가며

그렇게 바쁘게, 열심히.




덕분에 나는

부서 사람들과 조금은 가까워졌고

아이들과 자주 만나며 이름과 성격을 얼추 파악하게 되었으며

남편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딸아이가 좋아하는 '공주'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숨 가쁘게 돌아갔던 한 달 동안

그래도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글을 쓰는 나, 덕분이었다.


일에 치여 버거울 때에도

옥죄듯 날아오는 공격에도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내 부캐, ‘글 쓰는 나’가 뒤에서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조금 여유로운 시기.



여태 껏 차곡차곡 담아 둔

삶의 기억들을 꺼내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가능하면 매일 같이 글을 쓰며

버텨온 내게

다시 위안을 주고 싶다.



-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을)

글쓰기, 시즌 2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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