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 자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주중에 하지 못하고 남겨둔,
지금이라도 하지 않고 자버리면
내일 너무나 허덕일 것이 분명한
몇 가지 일을 처리하다 보니
벌써 새벽 1시 30분이 되었다.
분명 오늘은 <마음을 봉숭아로 물들일 거야>
라는 책의 후기를 쓰고,
'유니'에게 짧은 편지도 적고,
수업 준비 내용에 대한 기록도 하려고 했는데
이 모든 것은
학교 할 일에 밀려
제대로 빛을 보지도 못한 채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슬며시
흩어지고 마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오늘은 사실, 동네 산책을 하며
심장이 저밀듯한 느낌을 받았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헤아리다 문득,
나는 왜 주말까지 이러고 있나 싶어
슬퍼지다가도
이럴 때일수록 원영적 사고를 해야 하지, 하며
다시금 다독이다가도
주말에 놀이터에서 유니랑 놀며
일 생각하는 못난 엄마라고
자책하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하고야 말았다.
애초에 부장을 하게 된 건
육아시간의 자유로운 사용과
연구년 지원 때문이었다.
헌데 이렇게 힘들 줄을 모르고
이렇게 일이 많을 줄을 모르고.
이제는 건강 챙겨가며 일할 나이에
매일 밤을 이러고 있으니
참, 내 삶이 짠하고
안쓰럽다.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나.
인센티브를 팍팍 주기라도 하나.
돈에 종속되긴 싫지만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바라는
세속적인 마음은 누구나 같은 것 아닌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현재의 고난을 꾸역꾸역 삼키는 나는
하루빨리 내년이 되길 소망한다.
부디, 내년엔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소망한다.
나에게 금지된 모든 것을, 소망한다.
더불어, 나는 모든 것을 버리기를, 소망한다.
퇴근 후 10개도 넘는 해야 할 일을 적는 것을,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고선
화들짝 놀라 깬 후, 다시 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한 순간도 쉬지 못하고
돌아가고 돌아가는 머릿속의 분주함을,
모두 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하여 진정,
진정으로 봄을,
벚꽃을,
놀이터를,
한낮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기를.
좋아하는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