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1차 접종 후기-
꼬박 3일을 아팠습니다.
백신을 맞고
정확히 3일이 지나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아요.
어떻게 아플까
얼마나 아플까
검색하면 심란할 것 같아
후기는 가능하면 보지도 않고
병원으로 향했어요.
폭염 속에
유모차 끌고, 딸아이 데리고
찾아간 병원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의 주사 맞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혹시나 무서울까,
울면 어쩌나 싶었는데,
의외로 의젓하게 있어 주더라고요.
늦은 오후, 아이와 함께 집으로 오는 길
생각보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안심했습니다.
1차는 괜찮다더니,
이렇게 잘 지나가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런데, 3시간 즈음 지났을까
슬슬 증상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심장은 갑자기 두근두근두근거리고
몸의 왼쪽이 미세하게 불편해지더라고요.
그러다 머리의 왼쪽 부분에 두통이 시작된 겁니다.
아, 그 두통이요. 제가 아이 낳고 거의 3년 간
몸이 아프거나, 힘이 부칠 때마다 찾아온
눈도 뜨지 못하게 하는 그 죽일 놈의 두통이 온 겁니다.
타이레놀 한 알, 물과 함께 꿀꺽 삼키니
조금 낫는가 싶더니 저녁 8시쯤 되니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고요.
접종 전에 언니가
"아이랑 제부는 시댁에 가 있으라고 해. 맞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라고 한 말이
설마일까 했는데, 그 기분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저녁 8시부터 축축 쳐지는 컨디션 때문에 꼼짝도 하기 싫었어요.
오죽하면 설거지하던 남편이, 제 목소릴 듣고
"너, 벌써 자?"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4살 된 아이가 뭘 아나요.
"엄마, 백설공주 얘기해줘."
"엄마, 쥬쥬 얘기해줘."
라며 옆에서 보채는 데 정말 못 할 노릇이더군요.
제 목소리를 녹음해서 재생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꾸역꾸역 소리를 내서, 그 와중에도 동화를 읽어주며
증상을 견뎌 냈답니다. 하하.
그렇게 첫날 밤은 두통과 함께 시작되었는데요.
잠들기 전에 자꾸 제게 장난치는 딸에게 말을 해주었어요.
"엄마 주사 맞은 거 봤지~? 그 주사가 너~무 세서, 엄마가 지금 아파, 팔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
"아파~?"
"응, 그러니까 조금만 이해해 줄래?"라고 말하니, '알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평소라면 7시엔 일어나는데, 8시 반이 되도록 일어날 수가 없더라고요.
몸도 무겁고 무엇보다 왼쪽 두통이 너무 심해졌습니다.
정말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로요.
타이레놀을 빈속에 먹어도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 나
일어나자마자 먹으려고 하는데
딸아이가 말을 건넵니다.
"엄마, 머리랑 팔 괜찮아~?"
라고요.
어제 계속 아팠던 게 신경이 쓰였나 봐요.
엄마의 굳은 얼굴, 아빠의 분주한 움직임, 그리고 평소 같지 않은 목소리에
아이도 긴장을 했나 봐요.
순간, 감동했습니다.
"응!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라고 말했지만, 사실 컨디션은 최악을 달렸습니다.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으며,
계속 누워 있고 싶었고,
혹시나 위까지 불편해질까 싶어서 아예 밥도 먹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 앞에서 티를 내기 싫어 억지로 버티며 육아를 했습니다.
그래도 티는 났을 거예요.
틈만 나면 힘들어서 누워있었고, 졸리지도 않은 아이를 데려다
억지로 잠을 재웠거든요. 제가 자야 살 것 같아서
아이를 재우는.... 그런 몹쓸 육아(?)를 했습니다.
신기한 게 아프다가도 타이레놀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괜찮아져요.
그러면 '아, 이렇게 나아지나' 싶다가 또 몇 시간 후면 다시 아프고요.
그래도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는, 아니 무슨 기계로 머리를 쪼이는 느낌(?)이 지속되니까
미치겠더라고요. 몇 년을 고생한 두통이라 익숙할 때도 됐는데
그놈의 두통은 적응이 안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야만 살 수 있는 시간들이 지난 지 3일째.
마지막 날은 거의 최고조였어요.
종일 누워있었고요. 아이한테 짜증도 많이 냈습니다.
"엄만 잘 거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고
돌아 눕기까지 했어요. (아이가 낮잠을 자기 싫다고 떼를 부렸거든요. 다시 생각해도 미안하네요)
“이거 티브이 좀 보고 혼자 놀고 있어”라고 말하며 시크릿 쥬쥬를 무한 반복했어요.
게다가 하필이면 3일째 되는 날 볼일이 있어서
잠시 폭염 속에 서점을 다녀왔는데
그게 화근이었어요. 돌아와서는 울렁거림과 두통이 동반되니
더 힘들어졌죠. 나가는 게 아닌데 바보같이...
마지막 날 밤에 타이레놀 2알을 챙겨 먹으며 생각했어요.
만약에 내일도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 가야겠다고요.
그동안 미리 맞은 울 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시부모님 생각도 나고요.
다들 이렇게 힘들게 며칠을 보냈나 싶어 울컥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침대 옆에 눕는데
딸이 와서 말해요.
“엄마, 머리 괜찮아~?”
이번엔 괜찮다고 하기가 싫어서 “아니. 아파!”하자
딸아이가 그 작은 손으로 제 머리랑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거예요.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데요. “둥기둥기 둥개 둥개~”라고요.
제가 저 어릴 적 불러준 거라고 며칠 전에 알려줬거든요. 그걸 불러주는 거예요. 엄마 아프지 말고 잘 자라고요.
하… 정말 감동이었어요.
정말 드라마 같은 장면에서 울컥, 했죠.
많이 컸다, 고맙다, 덕분에 엄마 다 낫겠다, 고 씩씩하게 말하곤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4일째.
왜, 몸이 안 좋을 땐 아침에 눈을 뜰 때 딱, 느낌이 오잖아요.
신기하게 4일 째인 머리가 안 아파요.
말끔해요. 정말 신기하게. 그때 본능적으로 생각했어요.
'아! 지나갔구나.' 하고요.
그리곤 걱정할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고,
잠시 멍, 하니 있어보니 컨디션이 좋은 거예요.
두통은 사라지고, 맑은 정신이 찾아왔어요.
당장에라도 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요.
한참 기쁨에 심취해 있는데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가보니 딸아이가 저를 보며 웃어요.
(엄마 껌딱지^^)
3일 동안 아픈 모습만 보여줬으니
이젠 좀 기운 차린 걸 보여주고 싶어
씩씩하게 말했어요.
“엄마 네가 둥기둥개 해줘서 안 아파! 이제 다 나았어!”라고요.
잠이 덜 깬 채
제게 안겨 웃고 있는 딸과 함께
4일째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3일 꼬박 아프고 괜찮아졌습니다.
딸의 간호와 엄마의 얼렁뚱땅 육아와 남편의 도움으로 버틴 3일.
혹시 맞으실 분들은 절대로 혼자 있지는 마세요.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최대한 쉬세요.
배달 음식 먹는 거 안 좋아하는 저도 힘들어서
시켜 먹었습니다.(미리 주문해 준 남편.. 센스^^)
청소? 내려놨고요. 그냥 소파에 누워 계속 쉬려고 노력했습니다. 조금 더 지켜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5일 째인데 아직은 괜찮아요.
이제 3주 정도 후에
2차를 맞아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2차는 더 아프고 힘들다는데 두려워집니다.
그때도 딸의 간호와 함께라면 잘 지나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