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집 원장님은
하원 후 집에 가면 적어도 30분은
오롯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주라고 했다.
그게 뭐 어려울까 싶어
알겠노라고 당당히 대답한
과거의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나는
아이를 보지만
놀아주지는 못하는
엄마다.
인형놀이하자고
색칠놀이하자고
퍼즐놀이하자고
병아리 목욕놀이하자고
다가오는 아이에게
밥 해야 한다고
설거지해야 한다고
장 봐야 한다고
뒷걸음치는 나는,
"이것만 하고 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는,
어쩐지
부끄러운
엄마다.
설거지하는 30분 동안
기다려준 아이에게
"이제부터 재밌게 놀자"라고
말해놓곤
휴대폰만 계속 보는
나는,
자기 좀 봐달라며
어깨를 잡고 흔드는 아이에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도
<금쪽같은 내 새끼>의
금쪽이를 보며 울먹이는
나는,
철부지
엄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자야 하는데 자지 않는,
1시간 동안 무섭다며 칭얼대는,
아이에게
온갖 짜증을 내며
화를 내며
등을 돌리는 나는,
욱하는,
엄마다.
새벽녘
문득 돌아 누운 옆자리
새근새근 자는 아이의
이불을 덮어주며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슬며시 뽀뽀하는
나는,
매일 밤마다 후회하는
엄마다.
철부지처럼 굴어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가끔은 사소한 일에
화내고, 욱하지만,
돌아 누워 후회하고 반성하는,
엄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잘해보고 싶어
마음을 다잡는
나는,
자라나고 있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