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오면
미미도 보고
쥬쥬도 보고
엄마랑 같이
간식도 먹고
산책도 하고
이런저런 상상을
뭉게뭉게 피웠을 텐데
난 집에 가자마자
앞치마를 두르고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저녁을 준비한다.
"요리하지 마세요"라고 해도
"나랑 놀아요."라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이 겨우
"잠시만~ 이것만 하고!"
"혼자 놀고 있어. 금방 하고 갈게!"
'잠시'와 '금방'은 금세
30분이 되고,
1시간이 되어
"엄마!"
"엄마!"
계속 불러대는 통해
정신이 혼미해,
당장 불 앞에 올린
저 먹일 볶음밥이 탈까 싶어
조금만 더 조용히 있으라고
영상을 틀어주는 마음이
좋지 않다.
겨우 차린 밥을 먹고,
쉴 틈도 없이
설거지하려고 일어나면
나도 엄마 설거지 돕겠다며
콩순이 의자를 갖고 싱크대 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옆에서 한 참을 물장난을 치던
녀석이 힘에 부쳐 사라지고
싱크대에 있던 그릇들도 사라지고
이제야 끝났나 싶은데
문득 내일 먹일 반찬이 없음에
절망하고
다시
불 앞에 선다.
.
.
.
어느덧 밤 11시.
자야 할 시간이 되면
어쩐지 종일 내 뒷모습만
바라봤을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자기 싫어요,
더 놀고 싶어요,
나는 들어가지 않을 거예요,
라고 말하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종일 기다린 엄마와 한 것이라곤
엄마의 앞치마 자락을 장난치다 혼나거나
기다리다 지쳐 콩순이 노래를 듣거나,
요리하는 엄마 옆에서 그네를 탄 것뿐이니
서운하고,
섭섭하고,
아쉽고,
그런 마음이
가득할 것임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잠든 녀석을 바라보며
등을 토닥여 주며
오늘보단 내일이 낫겠지
내일보단 모레가 낫겠지
우리 좀 더 같이 보낼 수 있겠지
나도 토닥이다가
"꼭 끌어 안아"라며
내 품을 파고드는
내 새끼 머리를 쓰다듬으며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래, 조금씩 낫겠지
나아지겠지.
아무렴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