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by 안녕

어린이집에서 오자마자

손 씻으랬잖아


조금 있다가!


엄마 아빠 밥 먹는다

같이 밥 먹자


조금 있다가~


벌써 9시야

이제 목욕해야지

오늘 놀이터 갔다 와서

온몸에 모래 투성이잖아!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 할래!!


하루 종일 티비야?

티브이를 그렇게 많이 보면

바보가 돼요

이제 잘 준비 하자


으앙!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 잘 거야!!!


잠시만 긴장을 풀면

밤 11시가 넘는 것은 순식간

늦게 자면 잘수록

등원 준비에 짜증 한 스푼 더해질 걸 알기에


어르고 달래며

간식으로 꼬드기며

무섭게 으름장 놓으며

그렇게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하면

어느덧 모두가 잠들어야만 하는

밤 12시가 되어버린다.


서재도

거실도

주방도

안방도 모두

깜깜해져야

그제야 방에 들어가는 녀석은


그러고도 한참을

떠들고 놀다가

이미 잠든 내 눈을 뒤집어가며

일어나라고 보채다가

까무룩 잠들어 버린다


자는 모습이 세상 예뻐서

새근새근 코 고는 소리가

그렇게도 좋아서

좋은 꿈 꾸며

푹 자길 바라는 마음에


새벽같이 출근하는 엄마는

알람 소리도 울리기 전인

새벽 4시 40분쯤 눈을 뜨고

아침을 준비한다.


매일 같이 일어나는

으르렁 거렸다가

까르르 웃었다가

훌쩍훌쩍 눈물도 흘렸다가

꼭 끌어안으며

결국은 화해하는,


낮에는 휴전 중인

밤에는 총력을 다해 싸우는


엄마와 딸의

끝이 없는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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