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준비가 다 됐다.

by 안녕

지난번엔 너무 대책 없었다.

막연한 두려움만 안고 백신 접종 당일을 맞이했고, 나름 고생을 많이 했다. 꼬박 3일을 아무것도 못했으니.


그러다 어느덧 그날이 다시 돌아왔다.

백신 2차 접종일. 한 번 겪어 봐서 무덤덤할 줄 알았는데 한 번 겪어 봐서, 얼마나 힘들지 알아서 긴장이 됐다. 급기야 일주일 전부터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몰려왔다.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준비를 하자. 막연한 불안감에 걱정만 하다가 정작 진짜 했어야 하는 것을 놓치지 않기로 하자.




2차는 더 아프다고 하니, 아마도 아플 것이다.

그러니 그전에 든든하게 끼니를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라면, 빵으로 때우지 않고, 빈 속에 커피만 연거푸 세 잔씩 마시지 않는 대신 한 끼는 꼭 따뜻한 밥을 챙겨 먹는 것. 갓 지은 밥의 모락모락 올라오는 향기를 느끼며 온기를 채우기로 한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한식, 양식, 일식을 골고루 챙겨 먹었다. 살은 덤으로 얻었다.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 놓아야 한다. 아픈 동안 매일 같이 시켜 먹을 수는 없으니 기본이 되는 반찬이 필요하다. 다행히 도시락 반찬으로 해둔 콩나물, 미나리, 참나물 무침이 있고, 아직 계란도 넉넉히 있다. 혹시 몰라 통장 잔고도 확인한다. 배달 주문할 때, 잔액 부족이 되면 안 되니까.


특히 집안일 중 은근히 귀찮은, 빨래를 자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2일에 한 번씩 하던 것을 하루에 한 번 하기로 했다. 수시로 해야 밀리지 않고, 그래야 아팠을 때 잠시 쉬어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 당장 닦을 수건, 갈아입을 속옷이 없으면 꼼짝하기도 싫은 데도 움직여야 하니, 애초에 그럴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겠다.


잘 수 있을 때는 푹 자두는 것도 꼭 해야 할 일이다. 출퇴근 시간에 무리하지 않고 쪽잠 자기는 필수고 아기를 재우고 밤새 웹툰을 보거나, 맘 카페에 들어가는 건 금지다. 숙면을 취해야 몸이 편안해질 것이고, 그러면 조금은 덜 아프지 않을까 싶다.


타이레놀도 많이 사 두었다. 지난번도 톡톡히 효과를 봤다. 접종 후 3시간 정도가 흐르면 꼭, 몸의 소리를 꼼꼼히 듣고 약을 먹어야 한다. 부디 타이레놀로 끝날 수 있었으면. 긴급한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들을 수시로 올리는 것. 아프면 며칠은 쓸 수가 없다.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 글이 써질 리가 없다. 애초에 완벽한 글은 써본 적이 없으니 잘 다듬어 꾸준히 올리기로 한다. 이게 꼭 필요할까 싶지만, 아픈 동안에도 브런치 알람이 울리면, ‘지이이잉’ 진동이 울리면, 꽤 좋을 것 같다.




충분한지는 모르겠으나

정답인지도 모르겠으나

할 만큼은 했다.


이제, 아플 준비가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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