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작가의 소심한 고민

브런치 선물 속에 뒤엉킨 나의 솔직한 마음

by 안녕


이렇게 갖고 싶으면서도 갖기 두려운 선물이 올 줄은 몰랐다.


그렇다. 많은 작가님들이 신청하고, 받고, 인증을 남겨 글로 기록해주는, 바로, 브런치 결산 리포트, 작가 카드 이야기다. 처음엔 '오~ 이런 게 있어?' 하며 신기해했고, 작가가 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짐에 놀랐다. '얼른' 받아야지, 하는 마음에 신청 버튼을 누르려다가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 바로 '카카오 계정'과 연동이 되어야만 받을 수 있다는 '문구' 때문이었다. 브런치 계정이 카카오와 연동이 되어 있지 않아서 망설인 것은 아니다. 애초에 카카오 계정은 하나뿐이었고, 그 계정으로 바로 브런치 가입을 했기에 오히려 브런치팀에서 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선뜻 '작가 카드 신청하기'를 누르는 게 망설여졌다.




직업 특성상 매년 불특정 다수를 만나고, 그들의 번호를 저장해 온 지 9년 째. 내 휴대폰엔 아주 오래전 알고 지낸 사람들,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번호를 저장한 사람들, 가족들, 그리고 잠시 인연을 맺었으나 지금은 연락이 끊긴 사람들, 그래서 도통 프로필 사진만 보면 누군지 모를 사람들, 심지어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등 정말 다양한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 실제 연락을 주고받은 20명 남짓의 최측근을 빼곤 전부 다 삭제해버리고 싶은데도, 그 수고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관계를 방치한 채 살았다. 어쨌거나 가장 편리한 계정, 가장 편리한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버릴 수 없었으니까. 그러다보니 카카오톡 친구 목록엔 지우기엔 애매하고, 사생활을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어쩡쩡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말았다. 그러다 그만 '브런치 작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이 골칫거리 계정으로!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나는 내 마음대로 살거야"라는 성격이었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 공개 당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해 애기 엄마들이 흔히 하는 '아기 일상이 담긴 프로필 사진'도 거의 한 적 없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쓴 글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는 것은 상관없지만 (물론 그것도 가끔은 부끄럽고, 민망하고 그렇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본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었다. "오~ 네가 쓴 글이야?", "이거 내 이야기야?"하며 돌아올 반응이 무섭기도 하고 특히 '애매한 사람’들이 글을 보며 아는 척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견디기 힘든 일이라 브런치 글을 발행하고도 '카카오 공유하기'를 한 적이 없다.(사실, 딱 한 번 궁금해서 눌렀다가 카카오 프로필 홈에 공유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곤 다시는 시도하지 않는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그 글이 나 혼자 보고 넘기는 '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곳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어쨌거나 삶의 일부분을 공개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 그 모든 과정을 그저 물 흐르듯, 편안하게 생각하면 된다. 사실, 그러면 된다.

그런데 나란 인간은 애석하게도 그게 잘 되지 않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글을 쓰고, 공유하고 싶지만 가능하면 그 속에 나라는 사람은 숨기고 싶다. 내가 쓴 글이 다음이든, 카카오뷰든, 어딘가에 공개가 되어도 그게 '나'임을 '나'만 알았으면 좋겠다. '안녕'이라는 필명 아래, 하고 싶은 말을 글 속에 꾹꾹 눌러 담아 그렇게 잘 살고, 잘 쓰고 싶단 말이다.


더 웃긴 것은 그렇게 '은둔형 작가'이길 희망하면서도 결산 리포트를 받고 싶고, 그 '작가 카드'라는 것을 받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참, 사람 마음이 이렇게 웃기고, 간사하고, 어리석다. 며칠 동안 '누를까, 말까, 받을까, 말까'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아직도 신청하지 못했다.


브런치에서 말하는 작가 카드가 무엇인지, 작가 카드를 발급 받아 지갑에 '톡명함'(?)으로 넣어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른다. 그 카드를 받으면 내 카톡 친구들에게 '브런치 작가'라는 것이 모두 공개가 된다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나같은 소심하고 걱정많은 내향형 작가를 위해서 브런치가 'QNA'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만들어주면 참 좋으련만, 내가 사랑하는 브런치는 QNA에 있어서는 아직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갖고 싶은 마음 반, 갖기 두려운 마음 반으로 며칠을 보냈다.

이미 신청한 작가님들의 글을 보며 부러워하고만 있다.


갖고 싶다. 브런치 활동 하며 쌓아올린 작은 활동들을 인정받는 기분이라 꼭, 갖고 싶다.

두렵다. 이제는 나를 잊은 사라져가는 인맥들에게 내 '사적' 영역, 그 중에서도 은밀한 '글쓰기 공간'을 들키고 싶지 않다.


누를까, 말까, 신청할까, 말까, 받을까, 말까.


여전히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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