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그림을 빼앗은 엄마

계란 가족의 시작, 그리고 탄생

by 안녕

지독히도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동그라미 크게 하나

점 작게 셋

그 아래 주욱 선을 긋고

양 옆에 죽 주욱

아래에 쭉 쭈욱.


사람이란다.


그게 너무 웃겨

한바탕 배꼽 잡고 웃다가

천상 글쟁이 엄마는

요거 잘하면 소재가 되겠다며

마음속에 잘 품고 있다

오늘에서야 완성하고 말았다.


옆에서 쉬던 남편은

그림이 괜찮다며

신나서 맞장구를 치더니

갑자기 툭, 던지는 아이디어가

꽤 좋다.


동글동글한 몸체가

꼭 계란과 같으니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은

하루에 계란 2알씩은 기본으로

먹는 것 같으니


내 맘대로 계란 가족이라 붙이는 건

어떠냐는 말이

마음에 쏙 든다.


김과 계란으로 자란 녀석의

절반은 계란이 가지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제 저작권이 침해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일찍 잠든 녀석이

여러모로 고맙다.


어쨌거나 원작자가

옆에 꼭 붙어 있으니

이걸로 유명해지면

저작권자는 녀석으로 하겠다.


그럴 일이야 있겠냐마는

그래도 사람일 모르니까

원작자의 그림도

함께 싣는다.


도통 헤아릴 수 없는

녀석의 머릿속에서

손 끝으로 뻗어 나온

이 사람은

부디 행복한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2022년 1월 어느 날, 우리 딸의 첫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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