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만났던 아이들 (1) 글쓰기는 마음의 안식처 같아요.
그때 그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 아이들에게는 <이야기 창작반>이 어떤 의미였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갑자기 연락을 한다는 게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 아이들과 함께 겪었던 이야기를 적고 있으니 한 번 정도는 연락을 해보고 싶었다. 네 글을 인용해도 될지도 묻고, 내 기억과 다를 수 있는 그때 그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물어보고 싶었다. (원래는 2022년, 녀석들이 3학년이 되면 함께 글쓰기 동아리를 운영하려고 11명의 아이들을 미리 섭외해 두었으나 2월 초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 하겠다.)
25명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4명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카톡을 보냈다. 다행히 아직 번호가 그대로였고,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넷은 모두 '자신의 글을 어디든 써도 되며, 이름을 밝혀도 된다'라고 흔쾌히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보낸 설문지(사실은 직접 만나 심층적으로 물어보고 싶었던 인터뷰지)도 성실히 작성해주겠노라 말해 주었다. 그냥 그 자체로 너무나 고마웠다. 2년 간 가르쳤지만 담임이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다. 그저 수업에서만 만난 나를, 잊지 않고 환대해 주는 것이 고마워 눈앞에 있다면 꼭 끌어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장 먼저 나에게 응답을 보내온 녀석은 유진(가명)이다. <이야기 창작반>에서나 2학년 수업에서나 언제나 제 색깔을 강하게 갖고 있던 아이. 뛰어난 창의력과 엉뚱함으로 늘 내게 유쾌한 웃음을 주었던 아이. 유진이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 본다.
1.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얼른 썰을 좀 풀어봐!
제가 학원을 다 끊어버려서 그만큼 프리 한 시간에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공부하고, 또 준비 중이지만 그만큼 우려 섞인 시선이나 걱정도 받고 있고, 그것 때문에 가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이야기 창작반>은 아직까지 그때 친구들과 모여있을 때 좋은 화젯거리가 되기도 하고, 그 당시 봤던 친구들을 이제 다시 보게 되고, 그를 통해 친해지는 친목 연결... 역할도 해주더라고요 ㅎㅎ. 물론 저는 선생님을 2년 가까이 봐서 선생님에 대한 더 많은 것을 알고, 더 많이 선생님의 좋은 모습을 봤지만, 선생님을 비교적 짧게 본 애들도 선생님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요 ㅠ.ㅠ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꼭이요ㅎㅎ.
2. 2020년에 <이야기 창작반>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좋은 것이든 힘든 것이든)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면 수빈(가명)이랑, 진수(가명)랑 같이 글을 쓴 거겠죠? 가장 재밌었고, 힘들었고, 보람을 느꼈거든요.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둘과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게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힘들고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 탓인 건지 진수와 수빈이랑은 아직까지 잘 지낸답니다... 홀홀 그때 쓴 글 아직까지도 읽어요 ㅋㅋㅋㅋㅋ
3. <이야기 창작반>을 통해서 얻은 것을 적어 본다면?
기술적인 부분에선 글을 매끄럽게 적고, 조금 더 나은 표현이 있을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능력이나, 질감을 위해 오히려 글을 거칠게 적는 법도 배운 것 같아요. 그 외에는 협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달았고, 그만큼 보람찬 일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많은 친구를 얻었죠 ㅋ. :-)
4. 소설이든 에세이든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네게 어떤 의미니?
제 머릿속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은하수(유니버스)의 특별한 이야기를 속삭이듯 들려준다는 느낌도 있고, 아무도 내 힘듦을 몰라주는 것만 같을 때, 나 스스로 마음의 안식처를 만든다는 느낌도 받아요. 아무래도 제가 평범한 장르의 글을 자주 쓰지 않다 보니 글쓰기의 의미도 조금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네요 ㅋㅋ
5. 우리가 공식적으로 두 권의 책을 냈는데, 책을 내고 난 후 내게 찾아온 변화가 있을까? 있다면 무엇인지 자세히 적어줄래?
1학년 때는 꿈이 작가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책을 내고, 그 책이 도서관에까지 있다고 하니까 제가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었어요, 애들이 많이 읽어볼까, 내 글을 재미있어할까 긴장되기도 했고, 가-끔 제 글 읽어보고 재밌었다고 해주는 애들 있으면 그날은 기분이 참 좋았었죠.
6. 지금도 혹시 글을 자주 쓰는지 궁금해. 쓴다면 어떤 글을 쓰는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써요! 그런데 요새는 구상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SF 소설이나 탐험, 동화의 재구성을 주로 구상하고 쓰는 편이에요!
7. 소설이든 에세이든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네게 어떤 의미니?
제 머릿속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은하수(유니버스)의 특별한 이야기를 속삭이듯 들려준다는 느낌도 있고, 아무도 내 힘듦을 몰라주는 것만 같을 때, 나 스스로 마음의 안식처를 만든다는 느낌도 받아요. 아무래도 제가 평범한 장르의 글을 자주 쓰지 않다 보니 글쓰기의 의미도 조금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네요 ㅋㅋ
8. 중학교 시절 <이야기 창작반>과 같은 프로그램을 또 한 다면 언제, 어떤 학년에 해보고 싶어? (고등학교도 상관없어.)
고등학교 3학년 때 다시 하고 싶어요. 그때는 365일 공부에만 몰두해서 숨 쉴틈이 없을 텐데, 그 프로그램이 제 숨구멍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거든요.
띠링- 카톡이 울리고 확인해 본 구글 드라이브엔 정성이 가득한 답이 도착해 있었다. 해 준 것이라곤 수업밖에 없는 내게 이런 마음이 와닿다니. 다시 한번 감동이었다. 유진인 글쓰기 수업도 국어 수업도 열심히 해주었던 아이다. 그 아이에게 그 시절이 곱씹고 싶을 정도의 추억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 언제고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찾아와 나에게 힘을 주겠다고 말하는 유진이의 글을 다 실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제 꿈을 찾아 나아가는 유진이를 응원한다. 중3. 진로로 고민도 갈등도 많은 시기를 그때 그 시절처럼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더불어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그때도 우리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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