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거트 대소동

2023.8.10.목

by 안녕

안녕?

비가, 많이 내린다.

너는 유치원에 가 있고 엄마는 아침 일찍 볼일을 보고 집에 들어와 글을 쓰고 있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유치원에 반짝이는 불빛을 보고 네가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지 상상이 되어

웃음이 나더라고. 누구보다 매 순간 열심히 놀고, 열심히 움직이는 너는 지금 한창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사실 좀 전까지는 엄마의 과거를 돌아보다가, 그리고 글을 쓰다가 문득, 네가 생각이 나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글을 읽을 수 있고 쓸 수는 있지만 아직 많은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너에게

지금부터 차곡차곡 써 내려간 엄마의 마음을 훗날 엮어 책으로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이 곳만큼은 꾸준히 써보도록 노력할게.

매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느날 갑자기 멈추지는 않으려고.


네가 매끄럽게 글을 읽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그 어느날,

꼭 이 글들을 엮어서 너에게 주고 싶어. 부족한 엄마의 그림을 덧대어서 말이지. 그 때, 네 표정이 궁금해.

어때? 감성적인 F성향이 가득한 엄마의 마음 말야. 그 때 부디 네 마음도 지금의 나처럼 풍족해지길 바라.


이번 여름 방학엔 많은 일들이 있었어.

너와 나는 두 손을 맞잡고

타국의 땅을 밟았지. 엄청난 속도로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너는 만화 영화를 보며 히죽 웃었지만 사실 엄마는 알수 없는 공포에 비행기 추락이 걱정되어 한숨도 자지 못했단다.

물론, 네 앞에서는 의연한 척 했지만 말이야.

무사히 다녀온 그 일정은 앞으로의 편지 곳곳에 녹여 낼 거야. 그러니 걱정 말도록!

엄마는 누구보다도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잖아? 그러니 세세한 것까지 꼼꼼히 기억해서 잘 적어 줄게.


오늘 아침 아빠만 비요뜨를 먹고 자기 것은 없어서 속상해서 펑펑 울었지?

무심결에 아빠 것만 샀는데, 네가 그토록 서럽게 울 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 (대신 과하게 짜증내고 소리질러서 그것은 혼을 냈지만 말야.^^;)

그래서 아까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서 비요뜨를 무려 4개나 샀어.


엄마는 사실 비요뜨 같은 요거트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 아빠가 좋아하는 것은 기억하고 있어서

요새 좀 힘든 아빠를 위해서 사다 준 것이었는데 너도 아빠만큼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

그런데 뭐, 이제라도 정확히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꼭 2개씩 사두면 되겠다. 그지? ^^


유치원 하원 길에 냉장고에 가득한 비요뜨를 상상하며 행복해 할 네 모습을 보니 덩달아 신이 나.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는데 아니 네가 이렇게 크기 전엔, 아주아주 어릴 때엔 잘 몰랐는데

네가 크면서부터는 진짜 ‘엄마’의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잘 먹는 널 보면 뭐든 사주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이 진짜 행복인 것 같기도 해.


무튼!

오늘 오후엔 아침의 슬픔이 사라지기를!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엔

우리 다시 두손 맞잡고 즐겁게 돌아오기를.


이따가 보자.


2023.8.10.(목)

- 사랑하는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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