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 할래요

두 입술 꼭 깨물고 용기 낸 그 말

by 안녕

네가 아주 어릴 적에 엄마의 소원 중 하나는 너와 같이 카페를 가는 것이었어.

유모차에 곤히 잠든 너를 데리고 가서 네가 언제 깰지 모르는 상태에서 불안하게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너와 마주 보고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지.


엄청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평범한 것을 온전히,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쉽지 않더라. 학생 때는 친구들과 하루 종일 카페에서 놀아도 시간이 남아돌았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니 순전히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없더라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어떨 때에는 그런 상황이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하더라고.


그런데 며칠 전에 엄마의 소박하고도 소박한 소원이 드디어 이뤄졌어!!!

명절 연휴 끝자락에서 우리 둘이 손 잡고 동네 카페에 간 거야. 그날 아빠는 집에서 쉬게 하고 우리 둘이 놀이터에 갔었잖아. 하필이면 그날따라 놀이터에 사람도 없고 놀다 놀다 지쳐 목도 마르던 차에 카페나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제 너도 많이 큰 데다가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나 좋았거든. 게다가 작년까지만 해도 카페에 가면 그저 울거나 집에 가자고 말하기 바쁘던 네가 그날은 “카페에 가고 싶다.”라고 말하기까지 하고 말이지.


엄청난 도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긴장은 되더라. 가는 길에 다리 아프다고 하지는 않을지, 가서 얼른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지는 않을지, 심심하다고 싫증을 내며 산만하게 굴지는 않을지 말이야. 그런데 전혀 아니었어.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넌 자리에 예쁘게 앉아서 제 몫의 음료와 간식을 누구보다 맛있게 먹더라고.


엄마의 바닐라 라테가 줄어들기도 전에

뽀로로 워터젤리와 쿠키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라. 먹는 내내 네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너는 모를 거야. 정말, 세상 누구보다도 즐거워 보였어.

물론 엄마도 좋았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 둘 다 편안하게 그 순간을 즐겼으니까.


맛있어? 다음에 또 올까? 이번엔 뭘 먹을래? 놀이터 가서 논 거 중에 뭐가 제일 재밌었어? 라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뭔가 뭉클했어. 이제 여섯 살이 된 너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동스럽더라고. 이제는 앞으로 이런 시간을 더 많이 보낼 수 있을 거잖아. 그러면 서로 힘들었던 순간도, 즐거웠던 순간도 나눌 수 있을 거잖아. 그러면 적어도 사춘기가 돼서 너와 내가 멀어지더라도

우리 함께 쌓아 올린 기억으로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잖아.


그래서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

진심으로.

앞으로는 자주 너를 데리고 카페에 갈 거야. 가는 길에도 오는 길에도, 그리고 서로 마주 앉아서

너와의 일상을 매일 나눌 거야.


그 순간순간 느낀 감정들을 지금처럼 매일매일 기록할 거야.


언젠가 네가 커피를 진짜 마실 수 있는 날.

그날에 엄마가 이 편지를 보여줄게.

우리의 지난날들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말이야.


네가 내 딸이어서 감사해.

돌아오는 주말에 우리 또 가자.


커피 한 잔 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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