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소한 일기입니다.)
책을 포장하면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 중입니다.
좀 전에 올린 글에서 다짐한 것처럼, 책 나온 거 마구마구 이야기 중이거든요. (그래놓고 사실상 그러지도 못합니다만) 누구에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하다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보았습니다.
이번에 개인적으로 모은 글쓰기 멤버이자, 제게 책을 추천해 준 제자이자, 또 감성이 저랑 잘 맞는 친구예요. 오늘 새벽까지는 원고를 달라고 이야기 한 상황이라 늦은 시간에도 깨어있을 것 같아 연락을 해 보니, 역시나 글을 쓰고 있었더라고요.
비밀인 듯 비밀이 아닌 것을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 선생님, 사실 책 한 권을 냈는데...
로 시작한 말에 금세 놀랍니다. 아니 아니,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당장 교보문고를 달려가겠다고 하는 것을 말려봅니다. POD 형식이라 교보문고엔 없다고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죠.
그렇다면 제 스스로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겠다고 하는데, 좀 그렇더라고요. 아직 가르치고 있는 아이가 제 책을 산다는 게 좀 뭐랄까, 그랬어요. 그래서 극구 말렸습니다.
- 00아, 그거 사지는 마. 선생님이 한 권 주려고.
말하니 놀라며 말을 이어갑니다.
- 제가 그걸 받아도 되나요? 감히 제가?
그런 식으로 이어지는 말들이 웃겨 한참을 ㅋㅋㅋ 거리다가 괜찮다며, 꼭 한 권은 주고 싶었다며, 학교에 아는 선생님들이 많지는 않다면서 꼭 비밀을 지켜달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가르치는 1학년 아이들에게는 딱, 한 명. 한 권이거든요.
아이와 메시지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책을 꺼내 펼칩니다. 맨 앞 장에 그 아이를 떠올리며 메시지를 적습니다. 날짜와 이름을 적으며 책장을 덮습니다. 그냥 주기엔 어쩐지 심심해 집에 있는 포장지를 찾아 포장을 합니다. 하필이면 딸아이가 좋아하는 시나모롤 포장지입니다. 어쩐지 파격처럼 느껴져 신이 납니다.
제공받은 권수가 더 많으면 좋으련만.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캐럴을 들으며 포장을 하고 있는데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생애 첫 책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쁠 뿐입니다. 월요일에 몰래 접선(?)하여 줄 상상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책을 내고, 주고받는 일은 실로 무척이나 행복한 일입니다.
그 아이와 우리가 쓰는 원고도 얼른 마무리되어, 우리의 책이 또 한 번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 Unsplash의Mariana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