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보내며 연말 정산 :-)
어제 쓸 내용이었습니다만, 어제는 정말 완전, 진심으로 뻗어버렸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요. 특히나 특별(?)했던 것은 직장 사무실의 인터넷이 마비된 것입니다. 지난 3월에도 한 번 그런 적이 있어서 무척 답답했었는데 연말에, 가뜩이나 바쁜 학기말에 이런 일이 생기니 미치겠더라고요.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인터넷 전화, 컴퓨터, 프린터기. 모든 것이 멈춘 세상이었죠.
할 일은 많은데 할 수가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뛰는 그 상황에서 시간은 흘러가더라고요. 당황하면 긴장하는 성격 탓에 어제 하루 종일 종종종 거리며 돌아다녔더니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어집니다. 힘들고 지치고, 아프고. 그리고 뭔가 마음 한편이 찝찝하고. 하는 마음속에서 연말을 맞이했습니다. 아이를 재우며 1시간 정도 같이 잠들었다 일어나니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방에서 나옵니다.
연말인데 분위기가 너무나 가라앉은 요즘. 예년 같았다면 방송사에서 앞다투어 연말 시상식을 내보냈을 시기에 채널을 아무리 돌려 봐도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화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부러 차려놓은 갈비, 와인이 없었다면 2024년을 마무리하는 날이라는 생각도 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이미 잠든 아이에게는 마음속으로, 곁에 있는 남편은 등을 두드리며 말해주었습니다.
- 2024년 고생 많았어, 2025년은 더 행복하게 지내자. 하고요.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전에 저의 2024년은 꼭 한번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자주 과거 회상하는 편이라서 글에 쓰긴 하지만 그래도 연말엔 한 번 더 정리해 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자, 이제부터 어떻게 살았나 볼까요?
1. 책 출판!
- 뭐니 뭐니 해도 책 출판이 가장 큰 소식입니다. 예전에 어떤 연수를 가서 강의해 주신 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어요. 본인은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는데, 우연한 계기로 독립출판을 하게 됐고 그 이후부터 독립출판의 매력에 빠져 학교를 그만두고 책방을 차리게 되었다고요. 그러면서 여러분들도 책 한 권을 출판하게 되면 아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요. 그 말이 맞더라고요.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고 나니 마음이 무척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연락이 끊긴 제자들에게 연락이 옵니다.
“선생님. 선생님!”
“책 내셨다면서요?”
“어디에서 살 수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모두 제가 주고 싶지만, 만나기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도 많아서 그러진 못했습니다. 조용히 링크를 보내주었죠. (호호) 그리고 직장 동료분들도 많은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힘든 학년을 맡아 지도하면서 글을 써서 책을 내기까지 하느냐고요. 제일 친한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는데요.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진짜 내가 그걸 어떻게 해냈지?
그런데 저는 힘들 때마다 글을 썼더라고요. 아이들이랑 씨름하고 마음이 지칠 때, 학부모님의 터무니없는 요청을 듣고 공허한 마음일 때, 혹은 뭐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괴롭고 힘들 때 글을 썼어요. 교사로서 나는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가르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점이 들 때마다 글을 썼어요. 내 지나간 흔적들을 돌이키며 내가 만난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글을 썼어요. 그러니까, 한 권의 책이 모일 정도의 글을 썼다는 것은 사실 제가 2024년이 무척 힘들었다는 뜻인 거예요. 고통 속에서 창작이 피어난다. 그 말 즈음 되려나요? 힘들어서 쓴 글이 모여 책 한 권이 되었고 제 삶을 바꾸려고 해요.
그렇다면 힘들기를 바라야 하는 걸까요? 하하. 한 번 웃고 지나가 봅니다. (아참, 중학생만 13년 두 번째 이야기는 방학부터 제대로 연재가 될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2. 무탈한 가정
- 제 필명은 ‘안녕’이에요.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 엄청 고민했는데 ‘안녕’이라고 한 이유가 있어요. 그건 바로 ‘안녕’의 뜻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매일같이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 하며 인사를 나누지만 정작 그 뜻을 고민하진 않잖아요. 안녕은 “평안한 마음 상태” 그즈음을 의미해요. 전, 모든 일의 근원은 ‘편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가정 내에서도 모두가 평안한 마음이면 돼요. 돈이 많지 않아도 평안하면 그 사람들이 모인 가정은 편안해요. 그 편안한 삶 속에서 우리는 긍정적 상호작용이 꽃피고, 그것을 바탕으로 밖에서도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렇게 믿어요.
그래서 전 ‘안녕’이라는 말이 좋아요. 안녕? 안녕. 안녕! 그 사소하고도 쉬운 그 말이, 이뤄지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거든요. 2024년은 우리 가족 모두의 노력으로 꽤나 평안했어요. 아이는 유치원의 최고 형님이 되어 매일 즐겁게 등원했고요. 크게 아프지 않았어요. 남편 역시 힘들었지만 중간중간 쉴틈을 마련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저는 워킹맘으로서 최선을 다했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했어요. 모든 게 평화로웠던 것 같아요. 한 해를 보내기 아쉬워요.
3. + 성장
- 2024년은 변화의 해였어요. 저는 불도저 같았죠. 역할이 주어졌고 그에 최선을 다했어요.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고 노력했어요. 부족할 순 있지만 아쉽지 않아요. 그 힘들다는 2011년생 아이들을 데리고 1년을 이끌어 나갔어요. 마지막에 받은 수업 평가서(저는 한 해가 지나면 꼭 애들에게 수업 평가를 받아요. 그게 아이들이 제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에서는 내년에도 또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어요. 뿌듯했죠. 수업에 관련해서 경험을 많이 했어요.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아요. 다음엔 수업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을 정도예요.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도전해 봤고, 떨어졌어요. 탈락은 속상하지만 도전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일이니, 도전하기 전보다 무조건 성장한 것이 맞아요.
그래서 2025년은 이 느낌을 이어받아 제 분야를 개척해 나갈 생각이에요. 그전에 꾸준히 노력해 온 나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수업 이야기 브런치북도 곧 연재를 시작해 볼게요. 많이 쌓여있거든요.
2024년은 잊지 못할 거예요. 잊지 않을 것이고요.
어제와 오늘은 사실상 큰 차이는 없지만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여 12월 31일과 1월 1일로 나누죠. 그 모호한 경계 속에서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게 인간이라면 저는 또다시 다짐해 봐요. 분명 2025년은 더 밝게 빛날 거라고요. 물론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그동안의 구력으로 그 순간들을 지혜롭게 부딪혀 나갈 것이라고요.
그래서, 2025년 12월 31일엔 또 한 권의 책을 옆에 들고, 글을 쓰고 있을 것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