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나와 마음을 나눈 친구를 만난다.
삶의 의욕이 없던 시절부터
교사가 되어 매일 같이 행복했던 시절,
그리고 이젠 한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가 된 지금까지도
나의 불만과, 나의 외로움과, 나의 생각을 한 없이 들어주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
방학이 가까워지자 가장 먼저 연락을 했다.
방학이 되면 너를 꼭 만나겠노라고
너를 만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은 굳이 만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너를 간절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책이 출간되었을 때에도 가장 먼저 연락하여
가장 먼저 소식을 전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꿈이 작가였다는 것을 아는 녀석이다.
휴대폰에 내 이름을 O작가라고 저장해 둔 녀석.
나의 아주, 오랜 친구.
매일 같이 동네에서 만나다가
어느 순간 둘 다 결혼해 삶의 반경이 달라져
가장 아쉬웠던 친구.
가장, 소중한 친구.
약속을 잡고 헤아려보니
본 지가 벌써 2년 째다.
다른 친구들은 2년 만에 만난다고 하면 어쩐지 어색할까 걱정인데
이 친구는 그럴 걱정이 없다.
괜찮다.
우리는 어색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아마 우리는 내일,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너무나 반가워서 냉큼 팔짱을 낀 채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라도 들어가서
당장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것을 알기에.
아주 아주 어릴 적엔 여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지내며 많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향적이지 않은 내가 그런 관계를 맺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애를 썼는지 모른다.
먹지 못하는 술을 마시며 새벽 두 시까지 놀았고,
막차가 끊겨 택시를 타면서까지 어울리고자 했다.
험담을 즐겨하는 사람 곁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에도 마치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앞서서 공감했고, 부러 욕을 해주었다.
그렇게 하는 게 상대를 위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성급하게 맺은 관계가 끊어지고 나서 알았다.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를 배신했을 때,
정말 심각하고도 진지한 속 이야기를 털어놓은 메시지를
읽고, 아무런 답이 수개월 째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관계는 양이 아니라 질, 이라는 것을.
아무리 내 곁에 많은 사람이 나와 친밀한 연락을 주고받아도
정말 내게 위로가 되는 사람은
아주 가끔 만나도, 서로 마주 보고 아무 말하지 않아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삶은
꽤나 괜찮은 삶이라는 것을, 나는 마흔이 다 되어서야 알았다.
나는, 내일,
내게 너무나 소중한.
나의 친구를 만난다.
그와 함께 보낼 내일이 기대된다.
부디 그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이길 바란다.
추신: 열심히 쓴 손편지 잊지 않고 챙기기! 아이패드, 키보드 챙기기!, 읽을 책 챙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