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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낮추는 방법

by 안녕

토요일부턴가? 급격히 불안이 올라오고 있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고 끝도 보이는 불안이지만 강도가 세고 단단하여 쉽사리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불현듯, 어떤 아주 사소한 일로 불안이 올라오면 나는, 그것을 멈추는 법을 모른다. 감정이 소용돌이치면 그 감정을 조금은 떨어져서 바라보는 방법을,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물론, 한창 힘들어했던 시기보다는 담대하게 그 감정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그 조차도 힘들다.


한 가지 변한 것은,

예전엔 그 감정이 들면

그 감정 속으로 혼자 빨려 들어가서 미친 듯이 널뛰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마음속으로 울기만 했다면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 적어도


- 흠. 지금 내가 불안한가 보군.

- 음. 이건 과거의 기억과 연관시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 같은데.

- 결국 모든 건 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잖아.


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것까지는 가능해진 정도.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수없이 생각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남아 나를 괴롭혔다. 무려 5일 동안 사라지지 않는 기분 나쁜 불안을 잠재워야 했다. 최후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신촌까지 나오는 길에 부득불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챙겼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조금이라도 글을 쓰며 불안을 낮출 마음에서다. 희한한 게 예전부터 불안할 때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큰 도움이 됐다. 글에다 내 마음을 휘휘 적어 버리면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곤 했다.


내용이나 형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어디에다 풀어놓고 싶은 것뿐이었다. 말로 전하는 것보다 글로 적는 것이 한결 좋았다. 글의 구성이 엉성할수록 좋았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내가 몇 날 며칠을 미친 듯이 고민하던 일은 사라지고 마음의 평온이 찾아왔다. 그야말로, 안녕한 순간.


그래서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신촌역 그 어딘가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며, 두서없는 글을 쓰고 있다.


괜찮다. 괜찮아질 거다.

지금 느끼는 그 불안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너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편안해질 것이다.

예전처럼 불안에 잠식되어 하루를 긴장의 연속으로 보내지 않을 것이다.

너는, 그때의 너 보다 훨씬 더 단단해졌으므로.


그러므로, 겁은 먹지 말자.

오는 감정은 설렁설렁 받아들이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받아들여 주자.


여태껏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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