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왔다.
방학 후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이건 방학인지 학기 중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누군가는 아무 생각하지 않고 쉬는 시간에
나는 왜 일을 하고 앉아있나,
하며 하소연하려다가
짐을 싸서 떠나왔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
밀물과 썰물. 자연의 흐름이
지구와 달의 관계가 여실히 보이는 이곳은
가끔 답답할 때면 가족들과 함께 찾아오는 곳.
창밖으로 보이는 바닷가엔 갯벌이 드넓게
펼쳐있다. 그리고 안에 우리는 모르는 바닷길이
꼬불꼬불 이어져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어제 짜장떡볶이만 조금 먹고 잠든 아이에게
야채 볶음밥을 해 주고는 가만히
헤아려 본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하느라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에 관하여.
왜 그 사람은 제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느냐며
뒷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큰지에 관하여.
일로 만난 사이가 지켜야 할 ‘선’을 넘는 순간
찾아올 수 있는 거대한 피로감에 관하여.
중심을 ‘나’에게 놓자고 다짐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세어보고 해낸다.
하기 싫다는 이유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일단은 해내고, 나를 돌아보자고, 다짐한다.
다소 억울하고 힘든 마음은 잊지 말고
꼭 이야기하기로 결심한다.
생각을 마무리하고 나니
조금은 개운하다.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일을 더 잘하게 될 것이고
실력이 조금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보다도 조금은 더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믿는다.
여행 중이다.
묵은 감정 털고
새해를 맞이하며
마음 재정비를 하겠다.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