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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쓰고 싶은 나에게!

by 안녕

어쩌다 보니 설 연휴 동안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학기 중에 읽으려고 모아 두었던 책과, 최근에 산 책을 이제야 읽는 셈이다. 간만에 한가롭게 책을 읽으니 참, 좋다.


어떤 책은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너무 좋아서 아껴 읽고 싶은 것이 있다. 또, 어떤 책은 의외의 발견에 기뻐 그 작가의 글을 두고두고 찾아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어떤 어른>은 읽는 내내 너무 좋아서 아껴 읽었다. 이러다간 단숨에 다 읽을 것 같아서 몇 번을 멈추어 읽었다. 전작 <어린이라는 세계>도 너무 좋았는데 이번에 나온 <어떤 어른>은 더욱 좋다. 전작이 ‘어린이’라는 존재에 관한 생각을 바꾸게 했다면 <어떤 어른>은 그런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의 태도에 관한 깊이 있는 고민들이 나온다. 나 역시 어린이에서 갓 ‘중학생’이 된 아이들을 상대하는 지라 무척 몰입해서 읽었다. 최근엔 책을 다 버리고 있는 추세인데 그의 두 권은 살아남았다.


반면에 조금 아쉬운 것도 있다.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소설인데 작가의 전작 대비 아쉽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그리고 <두근두근 내 인생>까지 다 챙겨본 나로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는 알겠으나 그 길로 가는 방향의 서사가 내게는 다소, 와닿지 않았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거나, 다시 페이백 할 것 같다.


<시골, 여자, 축구>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받은 작가의 책으로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 ‘모두의 삶 속으로’라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알게 된 작가의 일상이 꽤나 마음을 울려 전자책으로 대여해 읽어 보았다. 솔직하고 담백하며 열정 넘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마치 나도 ‘축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에 신이 났다. 축구에 ‘ㅊ’도 모르는 내가 동네 여자 축구 모임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인 것을 보면 확실히 작가의 의도는 정확하게 내 마음에 꽂혔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체력이 저질이라 하루 나가고 안 나갈 수도 있지만 뭔가, 마음의 열정을 끓어 오르게 하는, 그런 글.


글을 쓰며 살고 싶은 나는, 이렇게 마음을 뛰게 하는 글을 보면 신이 난다. 앞으로 이렇게 좋은 글을 매일 볼 수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나만 알고 싶은 작가의 목록에 몰래 적어 두고 기다리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는 그 순간들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멋진 글은 무언가, 멋들어진 문장을 적어 감동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통찰력 있는 문장을 갖가지 미사여구를 이용해서 표현하는, 읽으면 읽을수록 곱씹게 되는, 그래서 의미에 도달할 수 있는. 그런 문장이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독자가 되어 보니 아니다. 쉬운 글, 편하게 쓰인 글이 읽기에도 좋다. 담백하지만 그 안에 담담하게 생각을 풀어낸 글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더 큰 감동을 준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문학적인 관점에서야 달리 판단할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편하게 읽히는 글이 훨씬 좋다.


결국 앞으로 쓸 글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내 감성에 취해 온갖가지 멋들어진 말을 늘어놓으며 감상을 강요하는 글이 아니라 그저 덤덤하게, 담백하게, 하지만 여운 있게. 내가 만나온 아이들이 각자의 삶을 제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듯, 그 아이들을 만나는 내가 매일같이 툴툴거리면서도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그냥 우리 일상처럼,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책 목록에 들어갈 수 있도록, 조금 더 부지런해져 본다. 깊이 생각하고 표현도 다듬어 본다. 쉽게, 이해하기 편하게, 그리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글이 무엇 일지를, 고민해 보기로 한다.


과제를 하나 더 얻었다. 퍽 즐거운 과제이다. 2월 중에는 투고를 할 것이고 올 해의 목표는 정식 출판(기획 출판)에 도전하는 것이니까. 품이 들더라도 두려운 마음은 접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 보기로 한다.


힘들면 감동을 준 책 두 권을 꺼내 볼 것이다.

막히면 두 책을 다시 읽어 볼 것이다.

받은 감동을 글에 녹여내려면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서.




아. 글 쓰고 싶다.

오늘 밤에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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