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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퇴사하고 싶구나!

by 안녕

오늘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아주 짧은 글을 써서 올렸다. 보통 내 글은 10개 정도의 라이킷을 받곤 하는데 (나는 내 스스로 10개의 라이킷을 받으면 만족하는 편이다. 내 글을 읽어주고 좋아해 주는 10명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 글은 하루 종일 드문, 드문 라이킷을 받았다.


특별할 것? 당연히 없는 글이다. 길이가 길거나, 엄청난 메시지를 담은 것도 전혀 아니다. 그저 그만두고 싶을 때 글을 썼고, 그 글이 603개가 모였으니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된 4년 동안) 603번이나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것이라고 하소연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거기에 새해 목표로 ‘얼른 글도 잘 쓰고 강연도 많이 제안받으면서 얼른 일 그만두고 싶다.’로 하겠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마무리 진 글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글이 나름대로의 라이킷을 받은 것이다.(내 기억으로 평소의 2배?)


왜 그럴까?


돼지갈비찜을 저으며 생각해도, 설거지를 하며 생각해도, 저 멀리 다가오는 고양이를 보며 뒷걸음질 치면서 생각해도 모르겠다, 싶었다. 도대체 왜? 아주 작디작은 푸념글을 왜?


답은 ‘퇴사’에 있었다. 그만두고 싶은 그 마음이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남들이 좋다고 하든 말든, 남들 보기에 안 좋든 말든 그냥 당장에 현재진행되는 삶을 멈추고 싶은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이다. 나도 그렇지 않은가.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고 고객님(?)들이 나를 따르지만 그래도 난 그 답답한 조직에서 벗어나는 상상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해가 되었다. 그렇구나. 다들 그만두고 싶구나. 다들 명절 길게 쉬어 2월 3일에 출근하면서 동시에 멋지게 사표 내고 싶구나. 그런데,

아쉽게도 슬프게도 그게 안 되는구나. 나처럼. 그러니까 그냥 누군가의 하소연에


“에고. 나도 그런데...” 하며 공감해 준 거구나. 싶다.


중학생이었을 때 나의 꿈은 아이디카드를 목에 걸고 다니는 커리어우먼이었다. 지금은 아이디카드도 없고, 딱히 뛰어난 커리어도 없는 그저 평범한 워킹맘일 뿐. 어쩐지 애매한 사람이다.


어중간한 삶이 싫어 매일같이 무언가를 쓰고 읽고 공부하고 연구하지만 막상 뚜렷한 결과는 얻지 못하는 그런, 아주 평범한 직장인. 매일이 똑같아서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반복되는 그런 직장인.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함과 동시에 퇴근을 상상하며 집에서 먹을 맥주와 치킨을 기다리며 하루를 버티는, 그런 직장인.


그러니까 나의 ‘그만두고 싶다.’는 것은 사실,

아주 작고 소소하더라도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외침, 같은 것이다. 남들 다 하는 것을 놓칠까 봐 부랴부랴 쫓아가는 삶 말고, 당장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계획서를 쓰느라 정작 내 글을 쓰지 못하는 그런 삶 말고, 사실은 볶음밥이 먹고 싶은데 다들 자장면을 먹으니까 소화도 안 되는 자장면을 먹는 삶 말고,


아주 작고 소소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아주 간절한 외침인 것이다. 그러니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절로 응원해주고 싶은 것이다. 오! 당신도 그만두고 싶군요? 저도요! 그런데 잘 안 돼요. 하며.


덕분에 도리어 힘이 난다.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두지 못해서 속상한 게 아니라,

그만두고 싶은데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응원해 주니 힘이 난다. 그 힘으로 글을 쓰고, 마음을 다듬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을 기다린다. 머지않을 내일엔 공무원이 아닌 진짜 작가가 되어있기를 꿈꾸며.




난 매일매일 그만두고 싶다고 (속으로) 말할 것이다.

그 말을 쓰고, 기록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어쩌면 1,000번째 글이 발행되는 날엔 진짜 그만두었을지도 모르니까.

가끔은 허무맹랑한 꿈이 현실이 되기도 하니까.


아- 그만두고 싶다.

당신도 그렇죠?

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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