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면하기

관계 정리. 마무리. 그리고.

by 안녕

아주 많은 관계에 있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맞춘 적이 많지만 크게 속상하진 않았다. 내 예민한 성정을 이해해 주는 부분이 늘 고마웠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에서는 싫은 말을 꺼내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 보내온 시간들, 어쩌면 내 성격 때문에 생기는 고질적인 문제들 사이에서 속으로 많이 앓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가기 싫었던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에 다녀오면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 내 탓이려니 했다. 단체 생활을 싫어하는 성향이,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다 그냥저냥 하는 일들이 나는 유달리 힘들게 느껴지는 게 전부 '나'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회에서 만난 다른 모임에서도 어쩐지 나만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에 그저 내 탓이야,라고 여겼다. 미루고 미루었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마음을 덮었고 방치했다.



어떤 관계는 너무나 진득하게 얽혀있어서 그 본연의 모습이 가려지기도 한다. 언제부터 시작된 관계인지, 언제부터 꼬여버린 문제인지, 네 잘못인지, 내 잘못인지 잘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런 관계일수록 칼 같이 끊어내는 것이 어려워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그냥 끌려 다니기 쉽다. 괜찮아, 서로 다 이해하는 거지, 맞추며 지내는 거지,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말하지 않으며 쌓고 쌓인 감정들이 소화되지 못한 채 부유하게 된다.



그럴 때에는, 아프더라도 직면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고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고. 힘들고 괴롭더라도 그렇게 해야 맞다. 그래야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맞아, 나도 힘들었어. 사실 나 요새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 그래서 누굴 만날 여력이 없어. 하며 솔직히 털어놓고, 받아들여주고 인정해 줄 수 있으면 된다. 누군가의 힘든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질 때, 그 마음을, 그 목소리를 외면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미 관계는 그전에 끝난 것일지도 모른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어떤 사이로 끝을 맺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평생 남는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그간의 시간을 봐서라도 서로 존중하는 끝맺음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호시절 함께 한 사이라고 생각했으니, 적어도 이런 결말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방치한 나의 잘못도 크다. 아닐 땐 아니라고 분명히 딱 잘라 말하지 못한 것. 어쩌면 어영부영 넘어간 내 감정. 직면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래도 우리는 나이가 있으니, 아이를 키우니 조금은 좋은 마무리를 했어야 한다고 본다.



아주 어릴 때, 불혹의 나이가 되면 모든 것이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럴 리가 있나.

인생은 고행의 연속이고 매 순간 나를 괴롭히는 문제는 사라질 줄 모른다. 그러니 나이가 들었다 하여 쉬워질 리가 있나. 어려워졌으면 더 어려워졌지. 여러 가지가 얽히면 복잡해지고 힘들어진다. 어른들의 관계가 비교적 다 그렇다.



풀고 싶은 데 풀 곳이 마땅치 않아서 글로 적는다.

이제 그 일로 이렇게 마음을 쓰는 것은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끝.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 언제고 마음 편한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에도 부족한 삶. 세세한 관계에, 의무에 얽매여 정말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시라.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나의 마음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만나야 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각자 마음밭에 예쁜 씨앗 뿌리고 정성껏 가꾸시길.

난, 내 마음속 한편에 있는 아픈 기억 잘 정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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