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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준비물은

엄마와 아이의 불안을 줄이는 방법

by 안녕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정말 2주 앞두고 있다. 그전까지는 (나도 방학이었고 아팠고) 아이가 아파서 그거 챙기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2월 중순이다. 등교 준비로 가방도 사고 신발도 사고,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최근에 신경 쓸 게 하나 더 생겼다.


원래는 휴대폰은 적어도 초2가 되어야만 사주려고 했다. 등하원은 엄마, 아빠가 시켜줄 예정이고 돌봄 교실 갔다가 태권도를 다니는 거라면 태권도에서 알아서 픽업을 해주기에 폰이 필요가 없다 생각했는데, 가만히 다시 생각해 보니 휴대폰이 없으면 너무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2025년엔 수업평가혁신부장(과거의 연구부장)을 하게 됐다. 학년부장은 방과 후에 벌어지는 각종 돌발 상황을 처리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게 어려움이 있어 과감히 업무부장을 희망했다. 일이 당연히 평소보다 많을 것이고 늦게 퇴근할 일도 종종 있을 텐데, 그때마다 아이와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하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소위 말하는 키즈폰에 대해서 찾아보니 역시나 케바케인 데다 의견도 다양하다.


주변에 물어보니 보통 3가지로 추려진다.


1. 통신사에서 광고하는 키즈폰을 약정 걸고 구입한다.

- 이 경우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휴대폰 앱(구글 패밀리 링크? 등)을 활용하여 위치추적 및 휴대폰 케어를 할 수 있다.

- KT 시나모롤폰, 포차코폰은 출고가가 30만 원이 넘는다. 성능은 안 좋다는 게 중론.


2. 집에 있는 공기계(혹은 중고로 구입한 공기계)에 유심을 별도 구입해 개통한다.

- 보통 집에 있는 구형 공기계를 사주고, 알뜰요금제로 개통, 이후에 앱으로 통제한다.

- 가격대는 5만 원 미만일 듯하고, 집에 공기계가 있으면 요금제만 사용하면 된다.


3. 공신폰, 공부폰, 우등생폰 등으로 불리는 데이터(인터넷) 제한 휴대폰을 구입한다.

- 가격대는 보통 10만 원 미만이고 갤럭시 A15 기종이라고 한다. 나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아이폰만 써서(갤럭시를 써본 적이 없다) 어떤 기종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개인적으로 1번은 안 하고 싶어 백방으로 2,3번을 알아보고 있던 중에 문득, 내가 쓰던 아이폰 7이 떠올라서 찾아보니 서랍장에 조심스럽게 누워있었다. 2022년 10월 즈음에 떨어뜨렸는데 액정이 파손되어 쓰지 못하고 휴대폰을 바꾸었던 기억이 있다.


액정 수리 비용이 (그럴 리 없겠지만) 10만 원 미만으로 나온다면 당연히 아이폰 7을 초기화하여 유심 구입 후 개통해 줄 생각인데 그러지 않을 것 같아 플랜비를 고민 중이다.


최근에 나온다는 아이폰 SE4를 사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 14를 아이에게 주고 내가 SE4를 쓸 것인지, 아니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키즈폰이나 공신폰 등을 알아볼 것인지 무척 고민 중.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퇴근해서 아이를 집에서 만나는 그 순간까지 한 순간도 마음 편할 수가 없다는 게 이에 정상적인 건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스친다. 나 어릴 적엔 엄마가 집에 늘 계셔서 학교 끝나고 오면 엄마가 준비해 준 간식이나 점심을 먹다가 혼자 학원을 가곤 했다.


우리 딸은, 집에 오면 당연히 아무도 없으니 학교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다가 학원을 두 개 정도 갔다가 나와 시간을 맞춰 집에 올 예정이다.


나는 비교적 퇴근이 빠르고 (늦어도 5시 30분 안에는 집에 도착 가능하다.) 또 육아시간이나 조퇴 등을 수업에 지장이 없는 한에서는 쓸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다른 가정에서는 더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할 것이다.


어떤 입장에서든지 누구에게나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아이 하나여서 그나마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둘이라면, 나이차이가 있고 다니는 기관 자체도 다르다면 생각할 것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 부모 중 한 명은 퇴사를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예전에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던 적이 있다.

맞벌이 워킹맘의 자녀인 한 초등학교 남자아이가 학교 끝나고 같은 상가에 있는 학원 두세 군데를 다니는 장면이었는데 태권도가 끝나면 5층에 있는 영어 학원을 가고, 영어 학원이 끝나면 같은 상가 4층에 있는 피아노를 다니는 그런 모습이었다. 바쁘게 계단으로 움직이는 아이를 보면서, 참 힘들겠다 싶었는데


지금 내가 그런 스케줄을 짜고 있다. 아이는 어리고 세상은 흉흉하고, 일을 하는 나는 아이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궁금하고 걱정되니 가능하면 내가 예측 가능하고 아이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동선을 짠 후 적응하는 방법밖에는 없지 싶다. (우리 딸도 원래는 태권도 한 개만 보내려고 하다가 오늘, 피아노 학원 상담을 가기로 했다. 태권도 학원 바로 옆에 있는 곳인데 아이 혼자서도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아주 작은 휴대폰을 목에 걸어주면서 부디 하루하루 별일 없기를 바라며,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심하는 수밖에.


슬프다. 씁쓸하다.

아이 키우기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데 실제로 느껴지는 것은 많이 없다.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면서 이렇게나 불안함이 밀려오는 것은 일반적인 것일까? 어디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것일까.


요새 들려오는 사건, 사고와 함께 심란해지는 아침이다.



* 의식의 흐름을 따라 쓴 글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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