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은 유난히 우울했다.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관계에서도 상처를 많이 받아 자꾸만 숨고 싶었다. 예년이라면 분명 아이 등원 후 생기는 시간에 부지런히 학교 일을 하거나 글을 썼을 텐데 이번엔 그게 쉽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도 머리가 띵, 하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들을 알고 있는 있었다. 계획서, 워크숍 준비, 그리고 PPT 자료 만들기, 선도교사 연수 등. 해야 할 일을 알고는 있어서 계속 USB에 저장만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었다. 마음이 불편한데도 뭔가를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와도, 친구를 만나도 해소되지 않는 미칠 듯 타들어 가는 불안감 때문에 시작하지 못했던 일들의 마감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계획서는 18일까지 제출이며, 그 외에도 워크숍에 필요한 내용을 꼼꼼히 읽고 정리해서 PPT로 만들어야 한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워크숍 내용에 대해서도 숙지해야 한다. 주말 동안 잠을 줄여서 할 작정인데 그러려니 지난 시간들이 아쉽다.
매번 그러지 말자, 다짐하지만 가끔 감정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이런 시기에는 답이 없다. 아무리 이성으로 억눌러 컴퓨터를 켜더라도 결국, 하릴없이 웹서핑을 할 뿐.
차라리 당장 눈앞에 마감이 생기니 동력이 생긴다. 어쨌거나 완수해야 하는 일들을 하나씩 순서를 잡고 해내 보련다.
미루고 미루다 발등에 불이 붙었다. 활활 타오르기 전에 진화하는 것 정도는 해야지. 그래야 내 책임을 다 하는 것이니.
아. 애들도 수업 시간에 학습지 푸는 게 이런 기분이려나.
이제 푸념 그만. 일 하자!
사진: Unsplash의Ben Hersh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