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와 연을 끊었다. 정확히 말하면 연을 '끊겼다'라고 말해야 맞지만, 마음속으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정리해 온 상황이니 쌍방, 이라고 믿고 '끊었다'라고 적는다.
사실 그 일이 있던 당일에 길고 긴 글을 썼다가 잠시 발행 취소를 했었다. 혹시라도 그 친구들이 그 글을 보면 나에게 따로 연락을 하거나, 아니면 '우리가 도대체 언제 그랬다고?'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주말을 보내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당한 것에 비해서는 (단톡방에 올라온 메시지 워딩 수준) 한참 부드럽고 예의 있는 글이라 숨길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17년이라는 시간을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하기엔 워딩이 무척 셌고, 나에 대한 존중은 정말 1%도 없었다.
속상한 마음에 주절주절 적어 내려 간 내 메시지는 너무나도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너에게 고맙고, 미안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혹시나 그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나를 존중하지 않으면
나 역시 존중하며 대할 필요가 없음에도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차피 이미 끝난 관계, 돌이킬 수 없음에도 나는 왜 그 친구들에게 독설 한 마디 뱉어내지 못했나.
왜 오랜 시간 만나는데 껄끄러움을 느꼈으며, 왜 친구 사이의 돈관계가 희미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에 대해 따지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가 남기는 하지만, 그 아이들과 똑같이 진흙탕에서 구르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해줄 말이 없어서 안 한 게 아니라, 차마 말하지 못할 정도로 미안해서 말을 못 한 게 아니다. 그저, 어차피 내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없는 아이들에게 그 에너지를 써서 상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로 입장 차이가 있고, 상처받았다고 하지만
그네들의 마무리는 사실상 최악이었다. 최악에는 무응답으로 반응하는 게 나의 최선이었다.
아쉬움? 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후회하진 않으련다.
그 일로 나의 인간성, 나의 관계에 대해 곱씹으면서 자책하지 않으련다. 다만, 앞으로는 사람을 보는 눈을 키우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리.
아.
가끔 학교에서 아이들의 다툼을 조정하다 보면 정작 가장 마지막에 후회하는 아이들은, 상대에게 있는 말 없는 말 다 꺼내서 모질게 쳐낸 아이들이다. 당장은 손절해서 좋다고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후회하고 또 후회하더라.
정당한 질문에 파르르, 하며 나에게 독설을 퍼부은 그들이
언젠가는 스스로 돌이켜보고 꼭, 후회하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추신: 생각보다 타격감이 없다. 얼른 나는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