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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야 하는 선생님

by 안녕

오랜만에 만난, 제가 아끼는 제자들과의 수업이었습니다.

23년도에 1학년이었던 2010년 생인 그들은 그때의 어린 티를 벗어던지고 멋지게 성장을 했더랬습니다. 장난기는 빠지고 진지해지니 수업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업무에 치이고 우울하던 저는, 문득


"아, 그래서 교사는 수업을 해야 하고, 아이들과 만나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아이들이 없으면 어쩐지 교사의 자리는 작아만 집니다.


무튼, 새롭게 맡게 된 업무는 학년부장과는 다른 레벨입니다.

차원이 달라요. 업무의 경중을 떠나 새로운 분야라 어리바리합니다. 불안은 끊임없이 저를 괴롭히고 귀찮게 합니다. 와중에 놓치지 않고 해내는 제 자신이 대견하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인생, 참 힘들게 살아요. 진짜.


한 아이가 저에게 묻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책 어떻게 살 수 있어요?"


흠. 수업 시간에 대 놓고 묻기에 쑥스러워서 대답 않고 끝나고 불러 냅니다. 그 아이 덕분에 글을 쓰고 책을 냈거든요. 그 아이의 이야기는 없지만 그 마음이 고마워 책 이름을 알려줍니다.


사 보겠다고 하는 아이를 보며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일이 산더미같이 쌓인 목요일 자정을 넘긴 시각, 저는 브런치를 열어 글을 씁니다.


일 잘하는 선생님,

수업 잘하는 선생님,

사람 좋은 선생님,

친구 같은 선생님.


다 좋은데요.


저는 그냥 글 쓰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글을 써서 행복해지는 마음을요.


지금 중학생 제자들의 이야기 쓰다가 멈췄잖아요?

3월 중에 다시 오픈할 수 있게 준비해 볼게요.

아이들 만나서 소통하며 사는 게 행복한, 저는.

그 행복함을 나누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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