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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양 Nov 17. 2019

한국차를 모르는 한국 사람

한국사람인 내가 알리고 싶은 우리차

한국차 하면 떠오르는 것은? 녹차?


나에게 왜 한국차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고 하냐고 하면 나의 대답은 하나이다.

한국사람이니까.


예전엔 몰랐다. 내가 이렇게 축복받은 나라에서 태어난 것임을. 특히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예전엔 당연히 몰랐을 수 밖에 없다. 관심도 없고, 그 관심을 끌만한 것들도 찾기 힘들었다. 나의 관심을 끈 것을 바로 영국에서 차를 배우던 시절이었다.


수업 중 항상 시음은 함께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한국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에 우리나라 녹차 3가지를 시음하고 있었다. 두 명씩 짝지어 앉아있었는데, 나의 짝꿍은 영국에 사는 네덜란드인이었다. 지금은 영국에서 자신의 차 브랜드를 만들어 열심히 일하고 있는 킴과의 수업은 즐거웠다. 함께 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그 때는 너무 좋았던 것 같다. 하루는 수업 도중 킴이 나에게 물었다. 


"넌 어떤 차가 제일 좋아?"


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스리랑카 홍차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딤불라! 그 향이며 맛이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차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했다. 어떻게 그 차를 처음 마시게 되었고, 그 차를 마시면 무엇이 생각나고, 언제 그 차가 종종 생각나게 되는지 등등.


그러다 한국차를 시음하는 시간 킴은 나의 어깨를 탁치며 말했다.


"너희 나라에 이렇게 좋은 차들이 있는데 넌 왜 스리랑카 차를 좋아하는거야!"


당시 난 한국차를 몰랐다. 솔직히 전혀 몰랐다고 할 수 있다. 잎차로 제대로 된 차를 마셔본 적도 없고, 한국차라고 하면 어릴 적 엄마가 항상 끓여주시던 보리차나 옥수수차만 생각났다. 아니면 녹차 티백 정도? 그 녹차 티백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난 둥글레차 타입이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제인 선생님께서 나에게 물었다.


"미정, 한국 홍차 마셔본 적 있지?"


당연히 없었다. 한국에 홍차가 있는지도 몰랐던 내가 마셔본 적이 있을리가! 마셔본 적 없다는 대답을 하고는 부끄러워졌다. 우리나라의 것을 제대로 모르고 차를 배우러 영국까지 왔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차라리 마셔봤다고 거짓말이라도 할걸 하는 생각도 들고, 왜 저것도 몰랐을까라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수업 후, 유명 호텔의 바리스타로 일하는 친구가 내게 말을 걸었다. 딱히 친해지지 않아 눈마주치면 눈인사만 하는 그런 정도였던 사이였다.


"난 녹차하면 일본 것만 알았는데, 오늘 한국 녹차를 마셔보니 정말 맛있더라. 나는 원래 녹차는 안 좋아했거든. 그 특유의 맛 때문에. 근데 한국 녹차는 달랐어. 깔끔하고 맑으면서도 우아해."


그 말을 듣는 그 순간도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저런 말을 듣고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 속으론 아주 바빴기 때문이다. 아는 척을 해야했기에.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시험을 통과하고 기분 좋게 한국으로 돌아와야 할 나였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한국차에 대해 공부할 곳들을 찾아보았다.


난 다도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아니었다. 다도 때문에 사람들이 한국의 차를 어렵게 생각하는것은 아니지 해서 말이다. 근데 우선 생각나는 것은 다도였다. 그래서 먼저 다도를 배우러 다녔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차를 우리는 방법과 예절은 또다른 문제였다. 언제나 항상 그렇지만 난 그런 것들 보다는 차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다시 서칭에 들어갔다. 


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할지, 막상 찾는다고 해도 내가 생각하는 그 곳이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계속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그 선생님 덕분에 한국차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뭘 알겠냐만은 한국차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 또한 내가 아닌가 싶다. 심지어는 이 한국에 살지 않는가.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도 한국 사람이다. 내가 나름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이라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리 또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불평하다 시간을 보내는 것도 싫을 뿐더러, 더 나은 상황에 살지라도 다들 똑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것 같아 나름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


어쨌든 그래서 나의 사명 중 하나는 한국차를 알리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에게도, 외국사람들에게도. 아직 구체적으로 짜여진 계획은 없다. 하지만 계속 생각에 생각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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