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엄마가 된다는 것...
어릴 적부터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되면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인지는 몰랐다.
내가 초등학생 즈음이었을까. 나는 내가 커서 두 가지의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는 것, 또 하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엄마가 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겁게 일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이왕이면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싶었다.
세 아이라니... 그렇다. 나는 아래로 두 명의 동생이 있다. 만나면 서로 애틋하기만 한 자매는 아니지만, 가끔을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그런 자매이기에 이런 동생들이 있는 것이 좋았고, 나도 나중에 이렇게 딸이 셋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기다린 시간을 남들에 비하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그저 하염없이 지나가기만 했고, 결국 난임병원을 일 년 동안 들낙거렸다. 천천히 그리고 마음 편히 준비하고 싶었는데, 아이를 기다리시는 시부모님의 마음이 한편으로 큰 짐이 되기도 해서 부담스럽기도 했다. 압박을 주시는 건 아니었지만 시부모님의 마음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는 비수로 꽂혔다. 그리고 난 날카로워졌고, 그 날카로움은 언제나 남편과 나를 향해 찌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첫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을 무렵 가지게 되다 보니 엄청 몸을 사리며 다니게 되었다.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잘못될까 싶어 얼마나 노심초사를 했는지 모른다. 그 무렵 일은 정말 최소화로 진행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시작한 커리어에 조금씩 물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던 때였다. 그 물을 저을 노를 손에 쥐었는데, 하필이면 이때 임신과 코로나로 노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먼저라 생각이 들어 정말 조심조심 다니고 최소한으로 일을 했다.
그렇게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두 돌이 되기 전 둘째 아이를 낳았다. 생각지도 못한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막막했다. 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었고, 함께 하고 있는 첫째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생각했던 아이 셋은 내 머릿속에 온데간데 사라진 상태였다. 이미 나와 함께 있는 아이에게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이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될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사랑하는 이 아이에게 섭섭한 마음 따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임신 기간 동안 힘들어서, 그리고 코로나가 걱정되어서 첫째 아이는 나와 주로 집안에서만 지냈는데 그것도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지나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는 벌써 6개월을 지나 7개월을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함께 하면서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한때는 이런 아이였겠지. 아이가 아니라 아가였을 때도 있었겠지.'
'이 아이들도 나중에 나만큼 크고, 나처럼 아이를 갖게 된다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할까?'
한 번은 첫째 아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가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애들이 너무 예쁜데 너무 힘들어."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너 그 이야기 첫째 낳고 나서부터 계속하는 거 알지?"
그 힘들다는 말, 푸념으로만 남기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매일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과 육아를 저울질하는 나의 마음을 다독이고, 하루하루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글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나에게 또 다른 시작점이 되었다. 이전의 나와는 다른 또 다른 나를 위한 시작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