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나의 해방일지
남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술을 샀다. 차분해지기 위해서, 사람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이 어찌할 수 없는 갑갑함으로부터 도망치려면... 그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겨운 인생이었다, 지독한 인생이었다.
여자는 남자가 변할 수 있다고 했다. 하루에 5분, 1440분 중에 미소 지을 5 분으로 또 하루를 견딜 수 있으리라 말했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뒤통수를 친 형을 구제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는 집안 가득 채워둔 돈, 그깟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내어줄 수 있었다. 그런 결심에도 남자는 술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외투 속에 넣어둔 술을 빼어 든다. 팅, 항상 이런 식이지 인생은 말끔하게 풀리지 않고 운명은 또다시 남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방 속에 평범한 이들은 일평생 숫자로만 보았을 지폐 뭉터기를 짊어든 남자는 가장 큰 동전 하나가 하수구로 굴러가는 걸 황망히 바라본다. 틀림없이 빠졌을 터였다. 제아무리 가장 커다랗다한들 동전이 하수구 틈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그런 건 과장을 기적이라 말해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해보면 항상 그 여자는 그런 느낌이었다. 의도치 않은 행운, 그렇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는 그 행운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러니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한 것은 마땅한 일이리라. 남자는 하수구로, 거기 실낱 같은 창살에 행운이 평온히 안착했다. 동전이 날개를 보이며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에게, 이는 무엇이었을까? 하수구로 처박힐 운명을 집어 올린다, 남자 스스로.
남자는 기적을 품에 넣고서 끊어내지 못했던 과거를 내려놓는다. 그저 바닥, 어쩌면 그깟 것에 위로를 얻고 있을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양보하고서...
남자는 비로소 해방한다.
남자는 해방을 맞는다. 그것은 누군가 주어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건져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는 구원이 아닌 해방을 주창한다. 기적이 손을 내밀어도 이를 맞잡는 건 자신이다. 남자는 실낱에 매달린 기적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는 것만으로 구렁 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이를 집어 든 건 남자의 의지이지 않은가.
우리는 그러한 순간을 수없이 마주할 것이다. 인파에 밀려 교실을 잘못 들어간다해도, 목 떨어진 꽃을 멋들어진 화분에 장식할 수 없을지라도. 거기서 무언가를 건져 올리는 건 결국 자신이다, 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우리에게 구원은 찾아오지 않는다. 비정하게 들릴 지라도 어쩌겠는가, 그게 현실인 걸. 그러니 우리는 해방되어야 한다 아니 해방해야 한다, 자기 스스로...! 다만 기적은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을 테니, 주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