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하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우리집은 고양이를 키웠다. 막냇동생의 성화에 못이겨 데려온 녀석이었다. 정작 고양이를 데려온 동생은 자취 중인 집주인이 반려동물을 금지한 탓에… 녀석을 돌보는 건 온전히 내 몫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밥 챙겨주기, 물 갈아주기, 발톱 자르기, 털 빗겨주기, 목욕 시키기, 화장실 청소 등등 고양이는 손이 덜간다더니 무슨 해줘야 할 일이 그리 많은지. 은근히 손도 많이 가는데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고양이는 곤두선 나를 시도 때도 없이 자극해댔다. 그럼에도 어느새 다가와 발목에 뺨을 부비는 녀석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대화보단 침묵이 익숙했던 집은 녀석의 배웅에 웃음을 띄우고 문지방을 넘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묻는 부모님의 언질을 다그침 아닌 안부로 바꿔주었다. 어머니가 털 색이 먹구름 같다고 붙인 ‘구름’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녀석은 우리집의 활력소였다.
어느날은 그런 이름처럼 우리집에 먹구름을 드리운 때도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려 잠시 문을 열어둔 사이 구름은 집을 빠져나갔다. 나 또한 손전등을 켜고 아파트 단지를 여기저기 서성거렸다, 그들처럼 모두가 잠든 밤에. 나는 민폐가 되리란 걸 알면서도 이름을 외쳐 보아도 밤하늘에 구름처럼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평안에 이른 밤이건만, 나는 손아귀에 빛을 놓쳐버린 나의 가슴은 유난스레 박차올랐다. 이건 떨어진 핸드폰 때문일까? 문을 열어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인가? 아이가 나가는 걸 보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책망인가? 아이가 사라진 걸 눈치채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인가? 나는 스스로 감정조차 정의하지 못한 채로 그 자리에 굳어졌다. 치솟았던 감정이 나의 고개를 추켜올렸다. 빛이 가물어 달도 별도 숨죽인 깊고 짙은 구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 짙은 숨 하나가 허연 꼬리를 살랑이며 이제 그만 포기하라 다그쳤다. 네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내 머리를 헝크는 속삭임을, 무시하고 싶었으나 부정한들 현실이 꿈벅이기라도 할까. 그래, 이만하면… 이쯤이면 할 만큼 한 거야.
그렇게 나는 돌아서려 했다.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눈을 감았다. 이런 나를 아이는 이해해줄까? 눈물을 따라 고개를 떨구고 뱉어낸 숨을 네 모습을 지워내듯 발치로 흩어내려다
깜박깜박 어른거리는 불빛
나는 자리를 박찼다. 구름은 멀리 가지 않았다. 집에서 고작 한 층 위에 있는 선반 틈바구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거기 있는 걸 왜 발견하지 못한 걸까? 구름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여리고 높은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그렇게 다시금 구름을 되찾았다. 빛을 기리 우던 구름이 다시금 제자리로….
나는 침대에 누워 되찾은 것을 상기했다. 찾지 못했다면 너마저 그깟 것이 되었으리라. 그깟 건 쉽게 버려지고 그렇게 쓸모를 잃은 것은 의미마저 바래진 끝에 잊혀지어 어느 날 나는 이를 추억하며 그깟 것에 씁쓸히 미소만 흘렸으리라.
그러한 것들이, 그저 그깟 것으로 스러지길 사라지길 바라면서도… 그리하고 싶지 않은 건 왜일까?
시답잖은 이유로 타자를 두드렸다. 그 시답잖은 것들이 내 마음에 울림을… 그리하여 울음에 물음에 내게 그깟 것을 거둬가지 말라 우짖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