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헤어질 결심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 구덩이 속으로 물이 밀려든다. 잊으려 밀어내려 급하게 붙잡은 사람은 늘 그러하듯 자신을 절벽 끝으로 내몰았다. 언제나 그들을 밀어냈던 건 자신이었다. 내몰렸기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그리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 사람은 말했다. 왜 믿지 못하냐고. 차마 되묻지 못했으나… 사람을 어찌 믿을 수 있을까? 나를 사랑한다 말하지 않던 당신, 나를 밀어내던 당신조차 그 절벽 끝에선 나를 믿지 못하지 않았던가… 내가 당신을 밀쳐내리라 그리 각오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왜? 상대가 칼을 빼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검 장갑을 준비했던 사람이, 절벽에서 남편을 밀어죽인 사람에 대한 어떤 대비도 없이 당신에겐 아무런 의미 없는 유골을 죽음마저 감수하며 절벽 끝에 섰을까…. 나를 아는 당신이, 나를 믿지 않는 당신은… 언제까지 나를 사랑할까?
모래가 흘러든다. 묻혀가듯 사묻히는 사랑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차오르는 바닷물에 녹아든 우수가 그녀의 숨통을 조여온다. 그렇게 그녀는 눈물에 잠긴 채로 생각한다. 섞여든 모래는 우리의 사랑을 더욱 견고히 만들어주리라. 그가 서성이며 내딛는 걸음 하나 하나 그녀를 심장 깊숙이 박아넣으리라. 그렇게 흔적도 없이 찾을 길 없이 해결되지 못한 사랑은 그의 가슴 속에 붙박히리라, 비록 몸은 스러져 사라질지라도 영혼만은 영원히. 그렇기에 그녀는 짓는다, 그가 울고 있다 오해 했던 짙은 안개 같은 그 미소를.
사랑이란 단어는 너무 가볍다. 술 한 잔에 교감마저 우리는 사랑이라 이름 붙인다. 육체적 관계에 집착하는 여자나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여자나 하나 같이 진정 사랑이라 부를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떠나가고 지나간 뒤에 그렇게 놓쳐버린 것에 사랑이라 이름 붙일 테지. 그건 진정 사랑일까? 그저 거머쥘 수 없는 이상에 허울 좋은 이름을 붙인 건 아닐까. 남자는 사랑을 입에 담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행복’을 내뱉을 뿐이다. 그건 행복조차 아니었는데… 말로 뱉어낸 모든 것들이 희뿌옇게 바래진 듯하다. 바다와 가까웠으나 언제나 분명했던 남자는 제발로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붕괴되었다. 남자는 망가졌다. 그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안개 속에 잠긴 남자는 이제 알지 못한다.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을지, 언제쯤 편히 잠들 수 있을지… 영원히.
사람들은 모두 잠에 든다. 숙면을 취하고 곧 영면에 든다. 그건 현생을 견디던 고통 속에 찾아든 영원한 안식이며 타인도, 자신도 영속한 모든 걸 잊은 채로 잠에 든다. 그것이 진정한 구원인지는 알지 못한다. 애초에 우리는 진정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다만 끝맺음이 있을 뿐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인생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잠에 든다. 잠은 안식이다. 편하지 않으면 우리는 곧장 깨어날 테지. 그 어떤 자극으로도 깨울 수 없다면 그건 안식이라 부르기에 마땅하지 않을까? 무엇이 진정한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하겠지… 이들의 사랑처럼 이는 미결로 남으리라,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