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꿈이었다. 꿈이 실현되지 않을 걸 짐작하면서도 결과가 발표되는 유예 기간 동안 이미 합격이 내정된 낙하산 인사가 된 듯했다.
받지 못할 상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두근거리며 계획표를 작성했다. 그저 내뻗었을 뿐, 한 번도 가닿은 적조차 없는 허망한 신기루를 자기 것인 마냥 낙관을 대출해 정작 다가올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아침잠도 이기지 못해 모닝커피도 내려드리지 못하는 부모님께 상금의 반을 때어 드리고 지갑의 천 원 한 장이 아쉬워 이웃에게 건네지 못한 이기심을 변명하기 위한 기부라는 포장지의 몫과 수상자가 되지 못할 이름을 새겨 넣을 몽블랑 만년필을 나의 역사가 될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기약했다.
모든 건, 처음부터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업보와 자명한 현실이 또다시 그늘을 드리운다. 나는 그 벽에 고개를 처박은 채 눈을 감고 있었던 것뿐, 벽 따위 보이지 않으니 있지도 않는 거라며 내리쬐지 않는 볕을 망상한 채로 그 자리에 붙박였다.
지금, 나는 돌아서야 할 때인가?
하루에 끝마다 따라붙는 자문이 오늘따라 두드러진다.
부정하고 부정해봐도 되돌아오는 회문처럼 문은 나를 다그친다.
세상은 나에게 답을 강요한다.
어차피 결국 그런 것이라고, 그건 너의 몫이 아니라고.
너는 이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톱니에 불과할 뿐이니, 그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라.
예심에도 들지 못한 허섭한 글저귀, 한 마디의 피드백조차 들을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긍정하라.
스스로에 취해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세상의 저변조차 닿지 못한 저열한 철학을 누구에게 호소하는가.
물리치지 못해 묻어두었던 답문들이 치솟아 심장을 옥죄어
마지막이야, 그 한 마디가 몇 번째 마지막이던가.
허세로 쌓아 올린 확신은 신념도 세우지 못하고 무너진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휘엉청 꺾이는 달무리에, 쏟아지지 않는 별빛을 선망하다
내 발 붙인 곳
볕 스밀 틈 없는 밑바닥임을 잊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