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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Feb 02. 2022

퍼스트 셀

북리뷰


#밑줄을긋다


- 제목 : 퍼스트 셀

- 저자 : 아즈라 라자

- 책소개

평생 암 환자를 치료하고, 암 연구에 헌신해온 세계적 종양 전문의 아즈라 라자의 책으로, 환자를 살리는 암 연구와 치료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아마존과 스미소니언이 ‘2019년 최고의 과학 책’으로 선정하였고,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네이처》에서 추천하였다.

아즈라 라자가 말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마지막 암세포가 아니라, 첫 번째 암세포를 찾아야 한다.” 현재 의료계는 암 세포가 퍼진 상태에서 마지막 암세포를 찾아 그것을 죽이기 위한 치료를 한다. 결국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환자의 몸 전체가 고통을 받는, 이른바, ‘치료가 환자를 죽이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악성의 세포로 자라나기 전에 첫 번째 암세포, 즉 퍼스트 셀을 찾아내 박멸하는 방식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장한다. 첫 번째 암세포의 생성을 찾는 방향으로 모든 암 연구, 암치료, 암 예방의 포커스를 돌려놓자는 것이다. 라자 박사는 묻는다. “왜 과학은 환자들의 고통에 침묵하는가?” 이 책에서 고통 속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환자들, 그리고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놓는다.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에 대한 선구적인 저서 ‘죽음과 죽어감’을 쓴 유명한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로스웰파크에 병례검토회를 하러 왔다. 그녀는 처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다섯 가지 반응을 설명한 사람이다. 이 반응은 환자와 환자를 아끼는 사람들 모두에게 나타난다. 부인, 분노, 협상, 우울 그리고 수용. 그녀는 수용 단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용 단계까지 다다르기는 어렵지만, 일단 거기까지 가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평정을 찾게 된다. 심지어 삶과 죽음이라는 더 큰 문제에 대해 더 예리하게 파악하고, 꼭 필요한 내적 평화를 얻게 된다. 

p. 271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 단계는 우리가 거만한 태도를 버리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암은 너무 복잡한 문제이므로, 치료법 개발을 위해 고안한 단순한 임상 전 시험 플랫폼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50년간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50년 동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계속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말이다.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무엇보다도 가장 보편적으로 환자를 배려하며 암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질병의 말기 단계에만 맞춘 치료법 개발에서 눈을 돌려 개시 단계의 암 진단과 암의 증식 예방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 세포를 쫓는 데서 손을 떼고, 첫 번째 세포가 남기는 발자국을 밝혀내야 한다. 

p. 312



- 감상평

누군가의 글을 읽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병들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기에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내 곁에 있던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났다. 그때의 상실과 슬픔을 알기에 이 책을 세세히 읽으려 했고, 가끔은 옛 기억에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순간이 오기도 했다. 

가장 예뻐했던 조카가 떠나던 날, 아빠를 모시고 병원에서 검사를 한 후 나를 따로 불러 어려운 듯한 말을 했지만 ‘종양’이라는 두 글자만큼은 똑똑히 들렸던 순간 그리고 고작 내 이름 세 글자를 서명하기까지 손이 떨려서 제대로 할 수 없던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 아니,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마음에 깊게 새겨져있다. 

그 후에 나는 다짐을 했다. 혹시 이런 상황이 내게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물론 예방을 하기 위해 정기적인 검사는 받을 것이다. 그래도 원치 않게 온다면, 절제를 통한 수술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시기를 지났다면 그저 받아들일 것이다. 고작 한 두 달 연명을 위한 노력보다는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좋은 기억을 한 번 더 새기고 가까운 사람들과 마무리를 더 잘 하고 싶다. 

현재 암은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폐렴으로도 사람이 죽는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아직 암을 극복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저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성큼 다가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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