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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Feb 09. 2022

작별하지 않는다

북리뷰


#밑줄을긋다


- 제목 : 작별하지 않는다

- 저자 : 한강


- 책소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나는 바닷고기를 안 먹어요. 그 시국 때는 흉년에다가 젖먹어이까지 딸려 있으니까, 내가 안 먹어 젖이 안 나오면 새끼가 죽을 형편이니 할 수 없이 닥치는 대로 먹었지요. 하지만 살 만해진 다음부터는 이날까지 한 점도 안 먹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갯것들이 다 뜯어 먹었을 거 아닙니까?


얇은 유광 종이가 촛불의 빛을 반사해 더 밝게 보이는데다, 조금 전의 책보다 글씨들이 커서 읽기가 수월하다. 본문 중 따옴표 안에 들어 있는 부분만 골라 나는 읽는다. 앞의 증언과 대체로 겹치는 내용이지만 추가된 것도 있다. 


방으로 총알이 들어올까봐 이불을 쓰고 총소리를 듣는데, 아이들이 있었던 게 자꾸 생각나서 가슴이 떨렸습니다. 우리 아들만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들도 봤고, 산달인지 배가 불러 허리를 짚고 서 있는 여자도 있었어요. 어둑어둑해지는데 총소리가 멈춰서 문 구멍으로 내다봤더니, 피투성이로 모래밭에 엎어져 있는 사람들을 군인들이 바다에 던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옷가지들이 바다에 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다 죽은 사람들이었어요. 다음날 새벽에 내가 우리 아기를 업고 아기 아빠 몰래 바닷가로 갔습니다. 떠밀려온 젖먹이가 꼭 있을 것 같아서 샅샅이 찾았는데 안 보였어요.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옷가지 한 장 신발 한 짝도 없었어요. 총살했던 자리는 밤사이 썰문에 쓸려가서 핏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습니다. 이렇게 하려고 모래밭에서 죽였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p.225



- 감상평

워낙 유명한 작가이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최근 추천으로 읽게 된 작가의 글은 놀라웠다. 사진이 아닌 동영상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감탄을 할 때가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작가의 글들에 관심이 생겨 다른 책을 바로 구매했다. 


이 책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흑백영화 같았다. 차가우며 창백한 기분이 든다. 예전에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했을 때, 그때의 일을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건과 사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난다. 뉴스에서는 그런 일들을 매일 보여준다. 하지만 본인의 일이 아니면 슬픔을 느끼고 그 아픔을 같이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 그곳에 내가 있었다면. 


기억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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