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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Feb 14. 2022

소년이 온다

북리뷰


#밑줄을긋다


- 제목 : 소년이 온다

- 저자 : 한강

- 책소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작.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강은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당시의 처절한 장면들을 핍진하게 묘사하며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흙탕물처럼 시간이 나를 쓸어가길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삶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p. 135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실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p. 212



- 감상평

해방 이후 최대의 비극이라는 제주도 4.3항쟁을 이야기 한 작가의 #작별하지않는다 를 읽은 후 다음 책으로 골랐다. 어릴 적, 역사 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돌아봤다. 옛날에 토기가 어떻고, 시대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최근 100년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비슷하다.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우지 않았던 것 같다. 교과서가 아닌 책을 통해 근현대사의 여러 일들을 알게 되었다. 왜일까? 아직 관련된 사람들이 살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980년 광주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읽으며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 정도로 참혹하며 읽는 동안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우연히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내용을 시청하며, 이 책에서 나온 내용들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서도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다. 

전북 익산에서 4년 동안 군생활을 했었다. 내가 자대를 배치받고 얼마 되지 않아 퇴임하시던 분이 처음 입대했을 때, 광주에 투입되기 위해 준비를 했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영화 #화려한휴가 를 볼 때, 숫자가 하나 다른 부대의 번호를 보고 어느 부대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내가 있었던 부대였다. 그리고 상상을 했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에 대한 괴로운 상상을. 그때의 부대원들 중에서도 광주에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었을 것이다. 까라면 까야 했던 부대와 인간으로서의 갈등. 나라면 차마 조준을 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민주주의는 흘린 피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지금 이렇게 나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에 조금이나마 감사한다. 비극은 한번으로 족하다. 더 나은 시대를 위해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해야만 반복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역사를잊은민족에게미래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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