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제목 : 애틋한 사물들
- 저자 : 정영민
- 책소개
마음을 치유하는 51가지 사물 에세이. 이 책은 평범한 주변의 사물들을 다시 바라보고 평가하게 만든다. 아니, 그 사이에서 마주하는 사물 너머의 수많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이 사는 모습을 반영한다. 그러나 필요해 의해 만들어진 이 사물들을 사용하는 모습,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모두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 없는 평범한 사물이, 또 다른 이에겐 절절한 사연이 담긴 대체 불가능한 물건이기도 하다.
여기 등장하는 51가지 사물 에세이는 같은 사물을 다루고 바라보는 모습에 때론 공감을, 또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남다른 시선과 경험에서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 무엇이 되었든,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주변의 사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계단
평평한 길만 걸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잘 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계단은 어떤 특별함 없이 나를 걷게 했다. 아니 걸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첫 계단을 오를 땐 발을 높이 들어 올리는 일조차 힘겨웠으나 거듭할수록 다리 힘도 오르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점차 수월해졌다. 수월함이 곧바로 익숙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계단은 오르면 오를수록 숨이 차올랐고 때로 다리도 아팠다. 그러나 포기할 수도, 못 가겠다며 멈춰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내게 장애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어쨌든 살아야 했고, 이 계을 다 오르면 조금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걸 믿었다. 한 걸음 너머의 세상이 나로 하여금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게 이끌었다. 그 결과, 나는 계단이란 일상을 얻었다.
p. 18
- 감상평
#봄날의책방 에서 여러 책들을 보다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책 중에 하나였다. 고작이란 말을 붙이기엔 너무나 애틋한 사물들. 늘 옆에 있기에 신경 쓰지 않았던, 소중함을 몰랐던 사물들을 통해 작가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들을 통해 난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되었다.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사물들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의 소중함에 대해서.
최근 운동을 하다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평소 활동적이던 난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하고 불편했다. 오롯이 두 다리로 걸을 수가 없기에 짧은 거리도 이동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 나를 도와준 건 집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목발이었다. 목발은 한동안 나의 다리가 되어 주어 덕분에 한 발짝을 더 이동할 수 있었다. 고작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기회였다. ‘고작’이란 단어의 의미는 생각보다 작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