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제목 : 눈감지 마라
- 저자 : 이기호
- 책소개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등을 통해 짧은 이야기의 미학을 보여주었던 이기호 작가의 연작 짧은 소설집. "2000년대 문학이 선사한 가장 개념 있는 유쾌함"(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평을 받은 이야기꾼답게 찰나를 포착하는 절묘한 시선과 유머 감각은 여전하지만, 소설의 내용은 한결 묵직해졌다.
총 49편의 연작 짧은 소설에서, 작가는 지방 청년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대학을 갓 졸업했지만 학자금대출이라는 빚더미에 앉은 박정용과 전진만 두 청년의 삶을 따라가며 편의점, 택배 상하차, 고속도로휴게소 등 각종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노동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코로나19의 나날 속, "고용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고통은 더 분절된 형태로 오는 것 같았다. 고통도 시급으로 왔다"(214쪽)라고 이야기하는 소설의 문장들은 절절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재난은 평등하지 않고 항상 청년과 취약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영혼까지 끌어 쓴다는 일
하지만 정용은 지금 진만의 수중에 25만 원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은 몇억 원씩 되는 아파트를 영혼까지 끌어 마련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진만의 영혼은 과연 어떤 영혼인가? 무슨 다이소 같은 영혼인가? 다이소에서 파는 5천 원짜리 지갑에 깃든 영혼인가?
p. 242
- 감상평
소설을 읽다 보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마치 앨범에 모아 놓은 사진들을 보는 듯했다. 그 사진들은 어두운 흑백사진처럼 다소 흐릿하면서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사진 한 장마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있고, 앨범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 어느 청년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도 막을 내린다.
처음에는 짧은 소설이라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지만, 넘기면 넘길수록 마음은 무거워진다. 작가는 사진 한 장마다 사회적인, 직접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봤을 만한, 접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공감과 씁쓸함을 함께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런 감정들은 이내 아픔으로 변한다.
이 책을 통해 짧은 소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몇 권을 더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