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밑줄을긋다
- 제목 : 책과 우연들
- 저자 : 김초엽
- 책소개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근원에 있는 마음을 묻게 될 때 나는 가로등 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 돌아오던 열여덟 살의 밤을 생각한다." 김초엽의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은 읽기 여정을 되짚어가며 그 안에서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다. 읽기가 어떻게 쓰기로 이어지는지, 내가 만난 책들이 쓰는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의 과정과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의 독서로 나아가며 마주친 우연히 책을 만나는 기쁨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1장 '세계를 확장하기'에서는 창작 초기부터 이어져온 쓰는 사람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고민을, 2장 '읽기로부터 이어지는 쓰기의 여정'에서는 쓰기 위해 지나온 혼란의 독서 여정을, 3장 '책이 있는 일상'에서는 책방과 독자, 과학과 작업실에 관한 에피소드를 풀며 소설가의 일상을 다룬다. 김초엽은 소설가가 되지 않았다면 마주치지 않았을 낯선 이야기도 기꺼이 펼쳐 든다. 어쩌면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좋은 것들을 천천히 느리게 알아가는 순간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
이제 나는 과학이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의 알고자 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죽이고 파괴하는 일보다 이 우주에서 우리가 위치한 곳을, 우리가 어디에서 탄생해 어디로 흘러가 소멸하는지를 말해주는 데에 쓰이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너무 순진하고 낙관적인 믿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이 이곳에 존재하게 된 이상 누군가는 끊임없이 묻고 또 알고자 할 것이다. 자연의 일부이자 물리법칙에 지배받는, 개별적 존재로 살아가고자 분투하는, 마지막에는 입자 단위로 분해되어 우주로 산산히 흪어질 우리의 삶에 대해서. 우리를 둘러싼 광막하고 거대한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누군가는, 그 질문에 조심스럽고 잠정적인 답을 내어놓을 것이다.
p. 282
- 감상평
김초엽 작가의 첫 에세이라는 타이틀에 이끌렸다. SF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소설은 몇 편 흥미롭게 읽어 보았기에 기대를 안고 책을 구매했다.
들어가며…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근원에 있는 마음을 묻게 될 때 나는 가로등 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 돌아오던 열여덟 살의 밤을 생각한다……사실 나는 그 영화의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다. 정확히 어떤 장면과 대사에 울고 웃었는지 세부 사항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기분만큼은 기억한다. 무언가가 너무 좋아서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뭉게뭉게 생겨나던 순간을. 어떤 이야기와 사랑에 빠질 때의 그 기분, 그것을 재현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의 ‘쓰고 싶다’는 마음 중심에 있다.” ‘쓰고 싶은 ‘ 나를 발견하는 읽기의 여정에서 깊은 공감을 했다. 여전히 작심삼일에 그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반성을 했다. 몇 번째 반성인지. 글을 쓰는 과정, 준비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놀랐다. 이 정도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열심히 하는구나 하고. 독서와 창작이 이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으며, 또 나를 돌아본다. 몇 번이고 돌아보다 보면 다시 하고 있는 나를 찾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