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 제목 : 하얼빈
- 저자 : 김훈
- 책소개
‘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쓰려는 구상을 품고 있었고, 안중근의 움직임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글로 감당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인간 안중근’을 깊이 이해해나갔다. 그리고 2022년 여름, 치열하고 절박한 집필 끝에 드디어 그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하얼빈』에서는 단순하게 요약되기 쉬운 실존 인물의 삶을 역사적 기록보다도 철저한 상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하는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 빛을 발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연스럽게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데, 『칼의 노래』가 명장으로서 이룩한 업적에 가려졌던 이순신의 요동하는 내면을 묘사했다면 『하얼빈』은 안중근에게 드리워져 있던 영웅의 그늘을 걷어내고 그의 가장 뜨겁고 혼란스러웠을 시간을 현재에 되살려놓는다.
난세를 헤쳐가야 하는 운명을 마주한 미약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김훈의 시선은 『하얼빈』에서 더욱 깊이 있고 오묘한 장면들을 직조해낸다. 소설 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되는 제국주의의 물결과 안중근으로 상징되는 청년기의 순수한 열정이 부딪치고, 살인이라는 중죄에 임하는 한 인간의 대의와 윤리가 부딪치며, 안중근이 천주교인으로서 지닌 신앙심과 속세의 인간으로서 지닌 증오심이 부딪친다. 이토록 다양한 층위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갈등을 날렵하게 다뤄내며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의 차원을 높이는 이 작품은 김훈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소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필요한 몇 가지를 말하겠다. 내가 이토를 죽인 까닭은 이토를 직인 이유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오늘 기회를 얻었으므로 말하겠다. 나는 한국 독립전쟁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에서 이토를 죽였다. 그러므로 이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은 전쟁에서 포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객으로서 신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 이토가 한국 통감이 된 이래 무력으로 한국 황제를 협박하여 을사년 5개 조약, 정미년 7개 조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을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싸우고 있고 일본 군대가 진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과 한국의 전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p. 238
- 감상평
아직 읽지 않은 여러 책들이 책장에 놓여있다. 어느 책을 읽을까 고민했다. 마침, 삼일절쯤이라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에 마음이 끌렸다. 안중근 의사의 이름을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깊게 알고 있을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소설을 통해 안중근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짧지 않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진행 중이다. 최근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을 접하며 씁쓸한 감정이 생긴다.
‘일파가 흔들리니 만파가 일어선다. 산촌에서 고함치면 어촌에서 화답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떻게 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