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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Nov 01. 2023

아버지의 해방일지

북리뷰



     제목 : 아버지의 해방일지

     저자 : 정지아


     책소개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한모금 청량음료 같은 해갈을 선사한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정지아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출처 : 알라딘]   




기억에 남은 한 문장

사무치게,라는 표현은 내게는 과하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야말로 긴긴밤마다 그런 시간들이 사무치게 그리웠으리라. 그 당연한 사실을 나는,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야 겨우 깨닫는 못난 딸인 것이다. 아빠, 나는 들을 리 없는, 유물론자답게 마음 한줌 남기지 않고 사라져, 그저 빛의 장난에 불과한 영정을 향해 소리 내 불렀다. 당연히 대답도 어떤 파장 따위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영정 속 아버지가, 이틀 내 봤던, 아까도 봤던 영정 속 아버지가 전과 달리 그립던 어떤 날들처럼 친밀하게 느껴졌다.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p. 231   




감상평

유시민 작가님의 추천의 말에 공감했다. “괜히 울컥하다가 웃음이 나오고 그래서 슬픈데 재미있고,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에는 사투리 많이 나오는데 짐작으로 알아 들을만 했다. 그들의 대화는 유쾌했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은 유쾌하지 않다. 그때의 사건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았기에 얼마나 아픈지 조금은 알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례식장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주인공은 아버지를 추억하며 알아가는 과정이 매끄럽게 표현되어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 전부터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을 통해 지난날의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영정사진을 찾으러 가는 길에 소식을 접한 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준비는 준비였을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차가운 아빠의 얼굴을 만졌을 때, 그 촉감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한 줌의 재가 된 아빠의 온기를 기억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빠를 생각했다. 사람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데 난 아빠의 어떤 얼굴들을 알고 있었을까. 자신 있게 답을 하지 못하겠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그리 잘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나를 돌아보며 여러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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