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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Jan 31. 2020

#두려움

3. 나를 만들어 가는 길, 다시 한 걸음을 내딛다

제주도로 향하는 바닷길. 커다란 배는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짙은 어두운색의 바다는 크게 휘몰아치며 철썩하고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이상하게도 난 그 광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꺼내어 영상으로 담는다. 배는 생각보다 빠른 속력으로 나아가고 있어 슬로 모션으로 그 모습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담았다. 순식간에 부서져 가는 파도의 모습을 영상을 통해 천천히 돌려본다. 자연의 모습이란 이렇게 경이롭구나 하며 감탄했다. 


제주도로 향하는 바닷길은 짧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면 이미 도착했겠지만 왕복을 두 번은 할 저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배 안이 답답하여 오랜 시간 바닷바람을 쐬며 밖에 머물렀다. 난간에 몸을 기대고 아래를 보니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이 바닷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다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있었다. 그러다 2년 전 친구와 함께 제주도에서 스쿠버 체험을 할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두 번째 스쿠버 체험이었다. 첫 경험은 호주 케언즈에서였는데 부둣가의 바다색은 맑지 않았지만 3시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에메랄드빛의 바다. 그 바닷속에서 나보다 큰 대왕조개와 인증샷을 찍고 여러 산호초 사이에서 만화에서 보던 물고기들과 스노클링을 했던 꿈같은 시간이었다.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었던 내게 제주도의 바다체험은 아쉬웠다. 기대보다 바닷속은 맑지 않았고 나쁘지도 않았던 그런 기억. 기대가 워낙 컸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스쿠버 체험을 마치고 배 위에 올라와 꽤 긴 휴식시간을 가졌다. 시간 여유가 있어 수영이라도 하려고 혼자 맨몸으로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헤엄치다가 문득 잘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상어라도 나타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마음속에서 두려움은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난 숨이 가빠짐을 느끼고 결국 배로 돌아오고 말았다. 지금 내가 있는 이 바다에 상어라는 포식자가 돌아다니고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내 마음속을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준 것이다.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바다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나는 처음 바다에 들어갈 때 보다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다. 


두려움은 왜 생겼을까? 아마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잘 될지. 내일 내게 무슨 일이 생길지. 내년에 나는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신이 아니기에 한치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같은 경험을 해도 누군가는 그 상황을 즐기고, 누군가는 그 상황에 두려움을 느낀다. 화엄경에 모든 것은 오로지 내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는 단어 중에 하나는 ‘어차피’이다. 어차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더 많이 채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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