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1. 시한부 선고, 그 끝자락에서

by Frank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



한교야, 이 글을 쓰면서 만감이 교차하는구나


몇 년 전만 해도 앞날을 생각할 때는 참 행복한 꿈들만 꾸었지. 네가 장가를 가면 착하고 예쁜 며느리를 보고 훗날 그 귀여운 손자, 손녀, 이 녀석들과 손잡고 뛰고 뒹굴고 하는… 생각만 해도 행복함에 가슴을 설레게 했지.


이제 그 꿈을 꿈으로 간직하고 떠나려 한다. 너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고 떠나는 죄인이 되였구나. 용서해다오. 저세상 좋은 곳에 가서 너의 앞날에 행복함이 가득하기를 매일 기원하련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해다오. 미안하고 참으로 부끄럽다고 남은 인생 건강하고 복된 삶이 되기를 정성으로 기원하겠다고. 너도 아들로서 엄마 잘 보살펴 드리고 동생과도 남매의 의를 돈독히 해 주기 바란다. 작은엄마, 사촌 동생도 잘 챙겨. 한교야


너는 반드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될 거야. 정성으로 열심히 기도할게. 용서해 줘

사랑하는 아빠가.



그때의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마음을 먹고 지금 첫 줄을 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마 전, 추석에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 우리 가족은 강원도 고향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작은 집에서 모여 짧지만 긴 하루를 보냈다. 엄마를 외갓집에 데려다주러 가기 전, 엄마가 몇 개의 편지봉투를 꺼냈다. 아침에 지금은 비어있는 고향집에서 짐을 정리하다가 찾았다고 했다. 그중 하나의 편지봉투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 글씨체를 보자마자 누구의 글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아빠였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데, 뿌옇게 앞이 변하여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시 편지를 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 편지를 쓰던 아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와 같이 강릉 병원을 다녀온 후, 일주일 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 우리 가족은 통영으로 내려갔다. 아빠는 그때 혼자 있던 일주일 사이에 나와 동생과 자신의 동생에게 편지 아니 유서를 남긴 것이다. 아빠는 예감하고 있었다. 본인의 미래를. 그리고 한달 반 뒤, 아빠는 우리 곁을 떠났다. 딱 하루만 더 머물렀다면 떠나는 아빠를 배웅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그 당시, 내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나하나가 떠오른다.


아빠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이다. 두 번 다시는 받아 볼 수 없는 글이다. 나도 아빠를 생각하며 글을 남기고자 한다. 지난 날 아빠를 많이 원망하고 미워하며 안타깝게 생각했었지만, 그런 감정들이 아닌 아빠라는 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아빠는 내게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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