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사를 떠나다, 방향을 틀어_이유

그 끝자락에서

by Frank

#나는 왜 퇴사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동안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퇴사 준비생이 되어 떠나려고 마음먹은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지난날들을 돌아본다.


2013년 10월, 총무파트로 지원을 하여 입사를 했다. 그때 나에게도 팀장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한 시간은 고작 5일. 그는 회사와 본인이 안 맞는다며 떠났다. 어쩌면 회사를 금방 파악했었나 보다. 덕분에 나는 혼자가 되어 몇 달간 참 바쁘게 일했다. 내 눈에 이 회사는 황무지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곳에서 도시를 건설해야 했다. 새로운 것을 개척한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나는 하나 둘 만들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잡음도 꽤 있었다. 변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경영진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들, 이러니 평탄한 길을 걷지는 못했다. 물론 도와가면서 함께 나아갔던 사람들도 있었기에 나에겐 힘이 될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조직의 기반이 만들어진 후, 다른 부분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대외행사, 사업 확장 그리고 인사관리에 눈을 돌렸다. 자연스레 인사 분야까지 맡아서 일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대외행사를 운영하는 팀에 소속되어 여러 날들을 타부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는 지금까지도 가까이 잘 지내고 있다. 또, 취업규칙을 시작으로 미흡했던 인사제도를 정비했다. 가장 큰 건은 출퇴근 시간 변경이었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리는 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이뤄냈다.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 여러 교육들을 받으러 다녔다. 회사에서 외부 교육을 가장 많이 다녀온 건 나다. 그만큼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인사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금씩 회사에서 생각하는 방향과의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이 있고 일이 있지, 일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숫자로는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 의지, 동기부여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돈 몇 푼 더 주면 동기부여가 되고, 한 마디 말이면 다 된다고 생각했다. 군대보다 더 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보안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공유하지 않았으며, 불투명한 급여체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아쉬운 건, 회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앞장섰던 사람들이 의욕을 잃거나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경영진에게 현 상황에 대해서 건의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만 느끼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견을 말해도 결정권자가 공감하지 못하고 의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원들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100의 에너지를 쓴다고 해도 안되지만 결정권자는 10의 에너지만으로도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아쉽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실망감은 커져갔다.


회사에서는 사람을 숫자로만 평가했다. 영업팀이 아니면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근데 그런 영업팀도 공정한 기반에서의 평가가 아니다 보니 불만이 자연스레 넘치기 시작했다.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회사는 무시하고 입을 막았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회사에서 가장 큰 대외행사 기획과 운영도 나에게 넘어왔다. 영업하는 부서는 매출을 내야 하니, 매출을 내지 않는 네가 하라는 이유였다. 이렇게 영업을 제외한 여러 분야의 일들을 하게 되었지만 내 연 소득은 줄었다. 불투명한 인센 급여체계에서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삭감을 하다 보니 지난해에 비해 연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동기부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이 사실을 보고했지만 경영진에서는 믿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몇 번의 보고 후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피드백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더라.


올해 초, 인사발령을 있었다. 회사에서는 인사팀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난 기획리테일팀에서 여러 방면의 일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온라인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출 숫자가 올라갈 수 없는 구조이다. 보통 사람들은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왜냐하면 제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는 온라인샵이 제일 비싸다. 그러니 아는 고객들은 빠져나간다. 숫자로 평가를 받지만 숫자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이렇게 내게는 그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다. 이 상황이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탓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생각과 방향이 다를 뿐. 떠나려는 이유는 내 정신건강이 피폐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얼마 전, 팀원들 면담을 하며 한 가지 질문을 했다.

‘1년 뒤의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이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했다. 난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 둘씩 쌓여서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 더 성장하고 싶지만 희망이 사라진 요즘. 이제는 차근차근 준비하려 한다. 1월 중순, 사직서를 던지려 마음먹었다. 한 분기 동안의 성과로 지급받는 인센티브. 지급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지급일 이전에 사직서를 제출하면 지금까지 받았던 금액에서 반 토막이 난다고 모두들 알고 있다. 예전에 누군가 이유를 물었더니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도 인센티브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퇴사시에는 그 부분이 차감되어 그렇다는 논리이다.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만 먹으면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다. 누구의 표현대로 하면 회사에 와서 숨만 쉬다가 갈 수 있을 듯했다. 출퇴근도 편도 30분 정도이며 워라밸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더라.




#가슴에 품은 사직서를 꺼내기 전에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 한 장은 품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가슴에 품은 그 서류를 꺼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사직서를 꺼내기 전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첫째,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어느덧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는 작지 않고 스스로 모든 걸 헤쳐나가고 있는 시기가 되었다. 현재 회사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네 알겠습니다.’만 하고 살면 편할 수도 있다. 월급이 밀리는 회사도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도전을 하려한다. 그렇다면 오롯이 감당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용기’이다. 도전을 한다고 반드시 더 좋은 회사를 찾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지금보다 안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고 소득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둘째,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재직 중에 기회를 잡아 다른 회사로 바로 갈아타면 가장 안전하다. 그 방법이 플랜A라고 한다면 난 플랜B도 생각하고 있다. 이직을 하기 위해 재직 중에 면접도 진행을 해봤지만 그 회사에 사정에 따라 대부분 즉시 출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했다. 그래서 안전하게 이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그냥 퇴사할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플랜B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내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세자금대출, 자동차할부, 주택청약, 공과금, 생활비 등을 포함하여 월에 기본적인 지출 수준을 계산해본다. 그리고 내가 받게 될 퇴직금도 어느 정도인지 예상해본다. 그러면 일정기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받을 급여와 모아둔 비상금 그리고 월 부담을 줄이고 가능한 대출 등 금융권의 도움도 마련할 생각이다. 준비 해놓고 취직을 하면 다시 갚으면 된다. 그때까지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도전을 위한 비용 정도로 큰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티고 살아가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1월 중순에는 사직 의사를 전달할 생각이다. 그때까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가짐 즉 ‘용기’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12월 목표를 정한다.




#입은 하나, 귀가 두 개인 이유



상사와의 미팅 중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중에 팀을 나누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셨다. 사람이 집중을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최대한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집중하며 일을 할 수 있는데 우리 팀은 지금 너무 여러 방향의 일들을 하고 있다. 기획, 쇼핑몰 운영, 홍보, 마케팅, CS, 영업 등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 보니 팀원들도 힘들어하며 불만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부장님의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게 실수였다. 그런 말이 왜 나오냐며 팀장이 팀원들을 다독이지 않는다며 비난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팀원이 면담을 요청했었다. 자신은 이 팀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며 지금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들이 하찮게 느껴지고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고 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우선순위 상단에 위치한 업무는 신규 쇼핑몰 오픈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사 쇼핑몰은 만들었던 인원이 퇴사하여 문제 발생 시 대처를 할 수가 없고 기본적인 기능도 제공하고 있지 않아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일일이 다 만들어야 하며 수고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불편함이 있다. 그 팀원은 신규 쇼핑몰보다 기존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하고 있는 역할이 절대 작은 것이 아니며 당신의 노력으로 인해 새로운 쇼핑몰을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며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상사는 이런 사실까지는 모른다.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보지도 않고 비난부터 한 것이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후 상사는 현재 사내의 정치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큰 그림 그리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설명하며 본인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말이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그때의 분위기상 나에게는 그리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난 비난을 받은 후부터 방어적으로 대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비난은 끝나지 않았다. 상사는 타 팀과 비교를 하며 결국 모든 문제는 ‘네가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로 흘러갔다. 그리고 다른 인원들은 종종 야근을 하는데 넌 왜 야근을 하지 않냐며 한 마디를 더 추가했다. 필요시에는 야근을 했기에 어이가 없었다. 얼마 전 경영진에서 출퇴근 기록의 야근 횟수로 직원들을 평가하고 있다며 비난했던 상사가 나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분위기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더 하셨다. 본인이 여기에 와서 보니 ‘답정너’인 임원들도 문제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직원들도 문제라고 했다.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다. 민감한 내용에 대해 논의를 할 때마다 직원들 입을 막았기에 점점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와의 생각 차이가 조금 더 벌어졌다. 할 말은 많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민감한 내용의 대화 소재를 꺼내면 늘 불만만 얘기한다며 대안을 가지고 오라는 말을 반복했다. 방안은 늘 얘기했었다. 그러나 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방안이었다. 결과는 대부분 같았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난 얼마 전까지 이 회사의 인사총무 팀장이었다. 조직문화, 직원들의 동기부여 등 개선을 위한 시도를 했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쉽지 않다고 안 할 수는 없다.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걸음은 소통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말 한마디만 잘해도 최대한 원만하게 지나갈 수 있지만 불통 속에서는 서로 오해가 쌓이며 그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사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우리 회사는 소통이 부족하다. 임원들은 직원들을 잘 믿지 않기에 직원들과는 공유하지 않으며 어떤 사항이 결정된 후 통보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진행을 해왔었다. 그렇기에 직원들 입장에서는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된다고 느끼기에 불만이 쌓여왔다. 그때마다 임원들은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현실을 모른 체 쉽게 말했다. 그러면 직원들은 불만이 또 쌓였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인 이유는 그만큼 말을 조심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먼저 묻고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을 한다면 조금 더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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