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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Sep 27. 2021

#그 후 일 년

2. 회사를 떠나다, 방향을 틀어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그동안 나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였다. 잠깐의 시간을 가진 뒤,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항목 하나를 지웠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차에 짐을 가득 싣고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를 비행기가 아닌 배편으로 가는 건 처음이었다. 제주도행 편도 4시간은 짧지 않았다. 다른 섬을 하나 거쳐 제주도로 들어가는 동안 기억에 남는 건 파란색이 아닌 짙은 바다의 모습이었다. 거대한 배가 앞으로 나아가며 갈라지는 파도.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헤쳐나가며 도착한 제주도. 한 달이라는 시간은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빨리 지나감을 느끼게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낸 시기가 되었다. 


커튼을 걷으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곳. 바다만큼이나 파랗던 하늘과 밤 하늘에 보이는 수많은 별들이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리고 해안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고민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실천하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버킷리스트의 하나는 목록에서 지워져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오랜 시간을 머물고 싶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 취업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였다. 1월부터 조금씩 싹을 틔우던 바이러스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져갔다. 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코로나는 채용시장을 겨울로 만들었다. 잠시 그 바람을 피해 회사에 들어갔지만 오랫동안 바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처음 시작을 할 때는 더 멀리 함께 바라보며 회사에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회사는 그럴 능력이 부족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자 어려움에 빠졌고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대표님과 면담을 한 후 나는 다시 회사를 떠났다. 


마침, 코로나는 겨울을 더 차갑게 만들었다. 보통 겨울이 아닌 한파를 몰고 왔다. 채용시장 역시 함께 얼어갔다. 채용사이트에 보이던 수많은 공고들은 하나 둘 사라졌고 공고 하나에 지원하는 사람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 인사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보았던 지원자의 수에 두 배를 넘기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많은 회사들의 매출이 대부분 떨어지는 상황이고 감염이라는 위험까지 안고 무리한 채용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온 나라는 최악이라는 소식들만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따뜻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겨울 중에서도 겨울이었지만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나듯 나 역시도 잎이 없는 앙상한 가지로 눈과 바람을 맞으며 버텨갔다. 그렇게 생존력을 키우며 하나 둘 배워갔다. 


첫째,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처음 인연을 만나면 영원할 듯 미래를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약속은 대부분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누군가의 변심으로, 또는 현실적인 이유로 함께 걸었던 손가락은 풀어진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함께하자는 약속을 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등을 돌렸다. 평생직장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내가 살아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둘째,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뚜렷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수익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보려 한다. 언젠가 회사를 다시 떠나게 될 것이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 전까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도제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끝일 줄 알았다. 

대학 시절에는 취업만 하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더라.


취업을 하면 한 회사에서 오래 즐겁게 일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별의 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웃으며 보내다 인연이 아니라면 또다시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와 잘 맞는다면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겠지만 아니라면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슬퍼하지는 말자. 내 인연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해야 할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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