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의 기록
너의 이름 석자만 불렀을 뿐인데 꽃봉오리에서 꽃망울이 금세 터져 나오 듯 눈코입을 활짝 피워낸다. 너의 마르지 않는 콧물로 인하여 눈과 코를 연신 찡그리거나 숨소리가 탁하게 들릴 때면 나의 마음에는 눈물이 고인다. 장염에도 설사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어서 건강은 타고났다며 내심 마음을 놓았는데 아프지 않던 네가 조금이라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니 나는 이유 없이 미안해진다.
이제 막 잡고 일어서려고 꿈틀대는 너에게 오늘 두상보호헬맷을 씌웠는데 갑갑함을 싫어하는 너는 이내 눈물을 뚝뚝 흘렸고 그렇게 울면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는 너의 그 귀여움에 나는 무한한 사랑이 샘 솟아난다. 너는 그냥 울었을 뿐인데,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을 뿐인데, 아직 사물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팔을 허우적댈 뿐인데, 겨드랑이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워 걷게 하면 삐뚤빼뚤하며 그토록 조심스러운 한 발을 내딛을 뿐인데, 너는 그냥 할 뿐인데, 너에게 묻어나는 사랑스러움은 내가 하루에 담을 수 없을 만큼 한도초과이다.
나는 아직도 내가 너의 엄마라는 사실이 가끔씩 믿기지 않을 때가 있고 어-엄-마 하고 단어를 길게 늘여서 부를 때에도 종종 낯설다. 엄마가 되면 천하무적이 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고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많던 과거의 내가 더 큰 그림자로 나타난다. 다만,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우고 있을 뿐이다. 다만, 순간순간 생명의 신비로움을 마주할 뿐이다. 다만, 늘 보호받고 사랑받길 바랐던 내가 이제는 어떻게든 지켜내고 싶은 누군가가 생겼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