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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Feb 26. 2019

주말부부 생활하면 돈 많이 들죠?

공동의 목표가 생겼다.



주말부부의 삶에도 두 가지가 있다. 부부가 선택한 주말부부가 있고, 불가피하게 주말부부를 하게 된 경우가 있다. 또 지역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회사가 발령지를 지정해 주는 경우가 있다. 주로 둘 모두 후자인 경우가 많은 듯하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제주'라는 지역을 선택하기 위해서 조금 일찍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하게 된 케이스이다.



본거지가 완도나 목포가 아닌 이상, 제주를 오가기 위해서는 교통편에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제육 부부(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주말부부)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들의 첫 질문은 어김없이 "비행기 삯 많이 들지 않아요?"였다.


물론 우리 부부도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민했던 부분이 교통비이기도 했다. 교통비가 너무 많이 발생하면 매주 주말 오는 건 어렵지 않을까, 그렇다면 제주가 아닌 곳으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제주-김포 간 항공권 가격을 조사해 보는 절차가 선행되었다. 남편이 '제주에서 돌아오는 금요일 저녁'과 '제주로 돌아가는 일요일 저녁'의 항공권 가격을 조회했다.


보통 금요일은 제주로 향하는 여행객들의 수요가 많은 날이다. 특히나 오후 반차를 쓰거나 퇴근 후에도 이용 가능한 저녁 시간대는 티켓의 황금기이다.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제주에서 육지로 나오는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는 이것을 노렸다.


예상대로 금요일 저녁 제주-김포 노선은 동시간대 김포-제주 노선에 비해 약 3만 원 정도 저렴했다. 반대로, 일요일 저녁 김포-제주 노선제주-김포 노선에 비해 적게는 7만 원에서 많게는 9만 원 정도 저렴했다. 제주에서 꽉 채운 일정 후 돌아오는 여행객들이 많은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공항까지 가는 버스비며, 터미널에서 집까지 오는 택시비까지 더하면 적게는 1만 원에서 많게는 1만 5천 원 안팎으로 들기도 하니, 제주-김포간 왕복 교통비는 어림잡아도 10만 원, 성수기에는 15만 원 정도 소요되는 셈이었다. 한 달이면 40만 원에서 60만 원 정도이니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가정의 경우 주말부부 생활을 하기 전에도 기름값과 톨비를 합한 교통비로 월 40만 원 정도는 지출을 했기에 주말부부 생활 이전과 큰 차이가 나는 금액은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방학이 되면 교통비 지출이 없기 때문에 연간 교통비는 거의 비슷했다. 물론 제주가 아닌 곳에서 생활을 한다면 교통비는 분명 줄일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주를 염두에 둔 이상 생활비에 타격이 크지 않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최우선 고민인 교통비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그다음엔 생활비를 고려해 보았다. 고정 생활비, 즉 공과금, 통신비, 어린이집 특성화비, 보험료 등은 말 그대로 거의 고정이다. 다만, 제주 거처의 관리비, 가스요금 등의 공과금이 추가로 발생한다.


또, 변동생활비는 본거지와 제주에서 각각 발생한다. 특히 식비는 식구가 줄었다고 해도 크게 변함이 없고, 오히려 분리된 1인 가구에 추가로 발생되었다. 즉, 본거지에서 남편이 빠져나갔어도 식비에 큰 변동이 없으며 빠져나간 남편의 몫만큼만 제주에서 지출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 1인 가구의 식비가 추가 지출되었다. 문제는 각각의 생활비를 각자의 카드로 사용하다 보니 한 달 생활비가 어느 정도 드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고, '결과론적으로 지출한 금액'만 합계하여 추정할 뿐, 계획된 지출을 하기가 힘들어졌다.


3년간의 육아휴직으로 체불된 연금과 교원 공제금을 몰아내느라 복직 후 1년간은 거의 반토막난 월급을 받았다. 그것으로 본거지 생활비를 충당하고 지냈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제주로 간 시점에 드디어 정상급여가 지급이 되었고, 그러면서 남편과 통장을 합쳤다. 하지만, 초반에는 각자의 카드로 각각 머무는 곳의 생활비를 충당하고 카드비를 보내주는 형식으로  살다 보니 우리의 통장합치기는 일반가정에서 각자의 수입을 각자 관리하는 시스템과 별 다를 바가 없는 구조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생활비 모아쓰기'였다. 아무래도 남편에 비해 내쪽에서 드는 생활비가 많은 만큼 내 통장에 생활비를 넣어놓고 두 개의 체크카드를 만들어 지출을 관리했다. 내 급여를 남편의 통장에 입금하고, 남편의 급여일에 맞춰서 내 통장에 생활비를 넣으면 남편과 내가 공동으로 지출하는 방식이다. 그랬더니 정해진 금액이 얼마 만에 소진되는지도 쉽게 파악이 되었고, 이전 달에 비해 소진 일자가 빨라지면 괜스레 반성을 하게 되는 효과도 얻었다. 특히 자잘한 지출에 둔감한 남편의 소비가 통제되는 큰 효과를 얻었다. 남편도 나도 눈치 보며 소비하는 통제시스템이 구축된 셈이다.


함께 피자를 먹을 때와 부침개를 먹을 때의 눈치게임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정확한 구획과 정해진 개수가 있는 피자는 시작부터 내 몫의 개수가 정해진다. 이에 반해 부침개는 젓가락으로 적당히 찢어 먹기에 누구의 몫이 많았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나눠먹기이다. 계획적인 나눠먹기와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끝이 보일수록 조금이라도 더 먹겠다며 마지막 피치를 올리다 마지막 한 젓가락은 상대에게 먹으라는 양보를 하게 된다. 마지막 조각은 눈에 띄기 때문이다. 고도의 심리전이며, 치열한 눈치게임이다.


생활비 모아쓰기도 부침개 나눠먹기와 유사한 심리전이 있다. 나눠먹기는 했는데 누가 더 많은 양을 먹었는지는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무조건 먼저 많이 먹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눈에 띄게 펑펑 쓰지 못한다. 물론 지출내역서를 따져보면 판가름 나겠지만, 누가 더 많이 썼는지를 놓고 따지는 것은 부부싸움의 지름길이다.


절대가로 따지면 두 사람 분량의 생활비를 지출하는 내 쪽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내쪽 지출에는 아이의 양육비까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원수 대비 상대가를 생각해야 하므로 남편은 꼭 필요한 것만 적당히 지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부침개 나눠먹기식 눈치게임이 좋은 이유이다.


이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저축을 있는 여유도 생겼다. 한 달 생활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의 일부는 비상금 통장으로 넣어두고 일부는 저축을 했다. 일정액의 목돈이 마련되면 대출금을 갚았다.




우리 주말 부부의 삶에 목표가 하나 생겼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년 후에 함께 육아휴직을 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10년 근속 자율 휴직이 남았다. 교수의 연구년과 비슷한 제도인데 근속기간 중 1회, 최장 1년을 쓸 수 있다. 남들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육아휴직을 남겨둔다는데, 나는 자율 휴직을 노리고 탈탈 털어 썼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둘 모두 휴직하게 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생활비이다. 둘 모두 수입이 없기에 이 1년을 위해 저축을 해야 한다. 최소 1년 치의 생활비와 보험료는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정기 소득이 있을 경우, 별도의 통장에 모아두기로 했다. 이를테면, 연말정산 환급금이라든지 성과급 같은 소득 말이다. 그리고 적은 금액이라도 풍차돌리기식 적금의 수를 조금 더 늘리기로 했다.


정 힘들면, 반년만 교차해서 휴직을 하는 방법도 생각했다. 남편이 상반기부터 휴직을 하면, 내가 하반기와 다음 연도 상반기를 휴직하면, 각각 반 년치 급여는 생기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한 휴직이지만, 우리 부부에게도 평생 다시없을 기회이기에 가족 모두가 만족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된 옵션이 있다. 아이가 방학하는 기간을 이용해서 해외에서 한달살기를 해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물가도 저렴하고 편의시설도 충분한 치앙마이 같은 곳. 우연하게 그곳의 정경과 삶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힐링'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 가족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동생의 갑작스러운 심장수술로 인해 방학 중 제주행을 포기하고 조카들을 돌보게 된 나를 남편이 애써 위로했다. 그때 남편과 내가 떠올린 것이 바로 '외국에서 한달살기'였다.


우리의 계획이 어쩌면 허황된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말부부 생활을 하며. 결혼 후 처음으로 수입을 관리하고 소비를 계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목적이 있는, 꿈이 있는 저축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많은 가정에서는 결혼과 동시에 계획적이고 치밀한 경제관념을 가지고 알차게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둘 모두 경제관념에 있어서는 '계획'이나 '치밀'과는 거리가 있는 부부이다 보니 이제야 시작을 한 것이다. 주말부부 생활이 없었다면 관성묻혀 살아지는 대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 계기가 되어준 주말부부 생활이 참 다행스러운 이유이다.



그래서!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냐고?


우리 가정은 큰 차이가 없다. 조금 더 들어가지만, 조금 더 저축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목적이 있는, 꿈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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