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조급증에서 벗어나기
직업 상 대학생 친구들과 20대 중후반 사회 초년생 분들을 대상으로 대학교 밖에서 외부 강의와 멘토링을 제공할 기회가 종종 있다. 물론 학교 안에서도 수업 외 시간에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진로 상담을 해주는 경우도 자주 있다.
요즘 친구들은 정말 열심히다. 아,, 이건 지극히 '진로상담'이나 '멘토링'을 자발적으로 요청하는 학생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 많이 일반화된 경향이 있다.
사실, 요즘 학생들 사이엔 이 '열심'의 정도 차이가 꽤 극단적이기도 하다.
자주 풍자화 되는 Gen Z들의 성향이 두드러지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이와 관련해서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여기선 다루지 않겠다 >.<),
와..정말 이렇게 까지 열심히 사는구나.. 싶은 Gen Z들 또한 굉장히 많다.
자꾸 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는데, 멘토링이나 진로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커리어 빌딩)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Time Pessimist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따라서 무엇이든 미루려고 하지 않지만),
삶에서 조급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커리어 빌딩과 인연을 만나는 일이다.
오늘은 나의 '커리어' 곧 '일'을 찾고 그 일에서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 대해서만 얘기 해볼까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그리고 나도 여전히 개발과 발전을 하는 경로에 있으면서 (아직 시니어 faculty가 되려면 한참 남았으니 계속 발전해야 하지 않나), 느낀 점 한 가지는 '일'을 찾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나는 혼자 고민하는 사람인지, 다른 이들과 상호 작용하며 고민하는 사람인지. 나는 앉아서 몰입하는 일이 좋은지, 아니면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릴 때 더 효율적인지.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과 상황을 기대하고 원하는지 아니면 익숙한 환경과 맥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등등.
내가 일하고자 하는 분야도, 방법도, 활동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도, 환경도,, 모두 나를 알아야만 찾을 수 있고, 나를 알고 직업을 가져야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을, 그리고 그 직업에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에 조급해 하다보면,
나를 모르는 채 그 자리에만 집착하게 되고, 정말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서 내가 조급히 선택한 직업이 나와 잘 맞는 경우) 그 직업에 실망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남은 생을 불평 불만하며 살아야 한다.
심지어 100세 시대에.
이런 조언을 하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하루빨리 직장을 잡아야 하는데, 뭔 한가로운 소리냐고.
오해가 있는데, 나는 놀고 먹으며 나에 대해 알아보라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힘든 세상에 배짱이처럼 살아보라고 조언할 정도로 비현실적이 사람일리가.
심지어 여기는 어느 "T"의 위로 아닌가.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 뭐든지 해봐야 한다.
나와 맞는 일이던 아니던, 기회가 오면 일단 잡아보고 경험 해봐야 한다. 경험 해보지 않는 한 "나"에 대해 알 수가 없다. '내가 지금 시간 낭비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절대 아니라고.
흥미가 있고, 관심이 가는 일이나 활동이 있다면? 해 봐야 한다.
해 봤는데 별로 라서, 아 시간 낭비했네- 라고? 아니다. 나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된 시간이었고, 그 시간 조차 나에게 분명한 자산으로 축적된다. 무조건 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을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내가 언제 편안한지, 난 언제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내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무엇이며, 내가 잘 견디는 환경은 무엇인지.. 등등 "나"를 파악할 수 있고, 내가 이제 나를 좀 알겠다... 싶을 때 나의 "업"을 결정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많은 것들을 경험한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다. 직업은 그냥 돈을 버는 창구일 뿐 나의 삶은 어떤 취미나 직업 외의 활동에 있다면, 그리고 거기서 충분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고 있다면 굳이 나를 잘 알 때까지 "업"을 찾기를 망설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냉정히 내린 결론일 것이므로, 이 역시 '나'를 잘 아는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간 낭비'라고 느끼는 그 시간에도 '나'는 무언가 배웠을 것이고, 장담 컨데 그 ' Lesson'을 당신은 언젠가 어디선가 써먹을 것이다. 이 얘기는 Steve Jobs가 모 대학 졸업식에서 그 유명한 Connecting Dots를 주제로 했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필자보다는 공신력 있는 잡스 오라버니께서도 했던 이야기니 믿을 만 하지 않은가.
내가 지속적으로 몸 담고 싶은 '업'을 찾았다면, 대부분은 더 높은 자리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존재로 발전하고 싶어한다. 그룹 멘토링 세션 중 아직도 기억나는 질문이 하나 있다.
"해당 필드에서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일을 하려면, 그리고 빨리 '전문가' 타이틀을 달려면,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나요? 딸 수 있는 자격증이나 학위가 있나요..?"
그 때 나의 대답을 요약하면 이렇다.
결국 '시간'이라고.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얻으려면 결국 그 분야에서의 충분한 '경험'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이는 시간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박사 학위? 물론 좋다. 하지만 박사 과정 중에 해당 분야에서의 실무가 전무하다면 학위 만으로 '전문가' 타이틀을 얻을 수는 없다. 자격증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이 친구 역시 빨리 '전문가'가 되고 싶은 조급함에 했던 질문이겠지만, 결국 커리어 빌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선택' 이후의 꾸준한 경험이다. (물론 일 머리가 뛰어나고, 효율적 일 처리가 가능한 친구들 일수록 같은 기간의 경험 동안 더 많은 것을 얻어가겠지만, 이는 또 다른 이야기다.)
나도 조급했던 때가 있었다.
내가 너무 늦은게 아닌가, 바로 박사과정에 진학 할 것을 괜히 직장을 다녔나.
이런 생각 당연히 했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쉬어가는 시간이 생기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더 잘 알게 되면서, 굳이 시간 비관론자가 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이 바로 나의 '일'을 찾고 성장해 나가는 것 (그리고 나의 인연을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40대 초에서 후반에 이르는 한참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지인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그리고 나도 동의하는 바), 이전 세대만 하더라도 20대에 나의 직장을 찾아, 30대에 성장하고, 40대에는 안정되어야 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30대에 커리어 체인지를 시도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20대에 충분히 많은 것을 경험하며 나를 알아가고,
30대에 나의 직장을 찾아,
40대 부터 성장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100세 시대로 넘어가는 만큼, '오래'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고, 또 현실적으로 은퇴시기가 더 늦어지면서 40대 부터 성장하고 도약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심지어 요즘엔 40대에도 커리어 체인지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으니..!)
예전보다 더 치열하고 각박해져버린 세상에서 꿈을 찾아서 매 순간 고뇌하는 젊은이들에게 적어도 그들 보다 어른으로써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다.
다만, 현실에 불평 불만만 하고 있기에는 그야말로 그들의 시간이 아깝다.
조급해 하지는 말되, 성실하고 꾸준히 나를 알아가야 한다.
누군 가는 의심할지도 모르지만, 누구 에게나 '기회'라는 것이 온다.
누군 가는 이를 '운'이라고도 부르고, 누군가 에겐 노력의 '결실'일 수도 있다.
나한테는 그런 기회도 안 오던데,, 싶다면,,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길.
그래서,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있는 자.
기회가 왔을 때 준비도 안되어 있지만, 그래서 그게 기회인지도 모르는 자.
나의 학생들은 적어도 후자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모든 상담을 진행한다.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이런 바램의 대상자가 나의 학생들 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 친구들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