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자라기

효과적인 프롬프트 작성 전략

by Tech


1. ChatGPT와 만남

GPT 시작

노션에 쓴 일기를 검색해 보니, 내가 ChatGPT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2023년 5월 초였다. 5월 15일(월)에 열릴 교사전문학습공동체 세미나 주제로 'ChatGPT로 논술형 평가 설계하기'를 정했고, 그 발표 원고를 쓰기 위해 매일 GPT와 씨름했다.

GPT는 2022년 11월 30일(수)에 세상에 처음 공개됐고, 언제 처음 써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신기했던 감정만은 또렷하다. 처음에는 사용법을 몰라서 "대한민국의 수도는?", "홍길동으로 삼행시를 지어줘." 같은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질문이지만, 그때는 컴퓨터가 이런 대답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물론 ‘환각’이라 불리는 엉뚱한 답변도 많았지만, ‘Siri’나 ‘OK Google’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새로웠다.

해당 주제로 35쪽 분량의 원고를 완성하고 나니, 이 주제로 글을 계속 쓰면 꽤 괜찮은 성과를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일 써야 할 동력이나 환경을 만들지 못했고, 첫 원고를 완성하는 과정의 피로감 때문에 그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그러다 2024년, GPT 팀 계정을 1년 구독하고 제미나이가 급성장하면서 AI를 업무와 공부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AI가 내 삶의 파트너가 되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AI와 대화할 때 지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나를 아는 학교 선생님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수석님, 제발 사람 하고도 대화하세요." 나도 가끔 그런 내가 안쓰럽게 느껴지지만, 어쩌겠는가. 내 옆에 내 관심 분야의 전문가가 앉아 있고, 편하게 묻고 토론하며, 내 생각을 마음껏 확장할 수 있는데 말이다.


나의 관심사

나는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기술과 수석교사이다. 2015년에 교과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9년에 수석교사가 되었다. 대학원 석사 과정을 시작한 이후로 내 삶의 대부분은 읽고 쓰기가 되었다. 박사 학위 이후 이것은 더 깊어졌다. 논문을 쓰진 않지만, 하루 일기와 현장 글쓰기가 일상이 되었고, 하루 시작은 작은 공부로 시작해, 짧은 글쓰기로 마무리되었다.

나는 수업 설계에 관심이 많고, 수업 관찰록을 쓰는 일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 교육과정과 심리학을 조금 공부했고, 자기 계발에도 관심이 많다. 좋은 책을 보면 주저 없이 사고, 컴퓨터 폴더에는 ‘읽어야 할 PDF’가 쌓여 있다. 공부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시간과 체력의 한계로 제한된 만큼만 해왔다. 그래서 늘 부족함을 느꼈고,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늘 배고팠다. 그러다 어느 날 AI를 만났고, 일정 기간 지나니 AI가 나의 지적 허기를 채워줄 만큼 성장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AI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 관심사가 교육학이라 모두에게 딱 맞지는 않겠지만, 내 경험과 사용기를 통해 누군가는 작은 실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처럼 깊이 빠지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관계와 AI 사용 간의 균형만 잘 잡는다면, AI는 더없이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다만, 적당히 하는 것으로는 ‘아는 척’만 하게 될 수 있으니, 삶 속에서 내가 익힌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느 정도는 몰입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작은 변명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2. AI에게 어떻게 질문하는가

프롬프트란

Dos 프롬프트 / 출처: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2/20/Command.com_Win8.png

윈도우가 나오기 이전, DOS 시대의 컴퓨터를 켜면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가 나타나고, 명령을 기다리는 커서가 깜빡였다. 사용자는 dir, cd 같은 명령어를 입력해 컴퓨터에 일을 시켰고, 이렇게 명령을 받을 준비가 된 상태를 ‘프롬프트(prompt)’라고 불렀다. 이 용어는 AI와 대화에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AI에게 원하는 작업이나 답변을 얻기 위해 입력하는 텍스트 명령이나 질문을 ‘프롬프트’라고 부른다. “홍길동으로 삼행시를 지어줘.”와 같은 명령이 그 예다.

GPT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주로 자신이 알고 싶은 단순한 것을 물었다. ‘대한민국 수도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는?’ 같은 사실 확인형 질문이 많았다. 또는 ‘이메일을 작성해 줘.’, ‘이 글을 요약해 줘.’처럼 간단한 일을 부탁하기도 했다. 대체로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요청이었다.

그런데 앞의 두 질문과 뒤의 두 명령을 비교해 보면, 문장 형식만 다른 게 아니라 성격 자체도 다름을 알 수 있다. 앞의 것은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얻는 데 목적이 있고, 뒤의 것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앞의 일을 잘하는 것은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형 엔진이고, 뒤의 것은 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이다. 하나는 정보를 찾는 도구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도구이다.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AI가 대한민국 수도도 제대로 모른다며 쓸모없다고 했다. 정작 구글 검색창에는 긴 글을 붙여 넣고, ‘이 글을 요약해 줘.’라고 명령하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프롬프트 작성 공식

AI 초창기에 내가 GPT에 질문하는 형식을 배운 건 유튜브 채널 Jeff Su의 영상 덕분이었다. 그때는 프롬프트를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많지 않았는데, 이 영상은 프롬프트 작성법을 마치 공식처럼 정리해 주었다. 영어라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여러 번 보니 내용이 머리에 들어왔다.

영상에서 제시한 프롬프트 구성 항목은 여섯 가지였다. 나는 그 틀에 맞춰 매일 하는 영어 공부를 프롬프트로 작성해 보았다. 형식을 갖추는 것이 다소 번거롭긴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꽤 효과적이었다. 평소 가볍게 물을 때는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논술형 평가 문항이나 활동지 설계처럼 정교함이 필요한 일에는 이 형식을 활용했다.

프롬프트 구성 항목 / 출처: https://youtu.be/jC4v5AS4RIM?t=95
프롬프트 구성 항목을 적용한 영어 공부 프롬프트


이후 이런 프롬프트 작성 방식은 어느 정도 표준이 된 듯하다. 구글이 공개한 제미나이 프롬프트 가이드에도 같은 여섯 항목은 아니지만, 비슷한 맥락의 네 가지 핵심 요소가 강조되어 있다.

[클릭] 제미나이 프롬프팅 가이드 101


제미나이 프롬프트 가이드에서 제시하는 프롬프트 작성 방식의 재구성


3. 자동화 프롬프트

요즘 내가 주로 사용하는 것은 제미나이다. 초창기부터 GPT를 써왔지만, 내가 원하는 출력물을 얻는 데에는 제미나이가 더 잘 맞는 느낌이다. PDF, 유튜브, 뉴스 콘텐츠, 해외 사이트처럼 분석이 필요한 자료는 미리 만들어둔 자동화 프롬프트(Gem)로 처리한다. 이 프롬프트를 활용하면 핵심을 빠르게 파악하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 내 취향에 맞게 다듬어둔 이 마스터 프롬프트는 시간과 노력을 크게 줄여준다. 주소나 파일을 복사해 붙여 넣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고, 결과 형식이 예측 가능하며, 언제든 재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익한 유튜브 영상을 봤다면, 주소를 그대로 붙여 넣으면 된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 편리한가.

내가 만든 유튜브 분석용 마스터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다. 나는 구조를 파악하는 것을 좋아해서, 핵심 아이디어와 논리 구조를 먼저 제시하도록 설계했다.

유튜브 영상 분석 프롬프트


며칠 전 유튜브 채널 Jeff Su의 메일링 서비스로 받은 프롬프트는 매우 구체적이고 명료했다. 보고 나서 ‘이건 모범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범으로 삼을만한 프롬프트 / 초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프롬프트


4. 나를 알아가는 것

AI를 잘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정확히 끌어내는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것인데, 이게 어렵다. 우선 AI 초보자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른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사용하지만, 곧 질문할 소재가 바닥난다. 게다가 자기 생각을 글로 명료하게 표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생각을 글로 옮기려면 일정한 훈련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버티기가 힘들다. AI를 잘 다루려면 끈기가 필요하다. 계속 질문하고, 결과를 읽고, 프롬프트를 다듬는 지난한 반복의 과정을 견뎌야 한다. 그런데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삶의 균형이 흔들릴 수도 있다.

또한 AI를 매일 쓰면서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은 내용을 토대로 AI와 협업할 프롬프트도 만들어야 한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내 독서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매일 지속할 수 있다.

AI를 일상에 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궁금한 것을 묻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 관심사를 확장하고,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배우는 사람인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를 아는 일, 그것이야말로 AI를 오래, 깊게 사용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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