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vs 사법부

기술 규제는 누구의 손에 맡겨지는 게 나을까?

by 션파파

행정부 vs 사법부 — 기술 규제는 누구의 손에 맡겨지는 게 나을까? 미국 연방대법원의 ‘셰브론 원칙' 폐기를 보면서 드는 짧은 생각


며칠 전 미국 연방대법원이 셰브론 원칙을 폐기하는 세기적인 판결을 내렸다. 셰브론 원칙이란, (법이 애매한 상황에서) 행정부의 합리적인 법 해석은 법원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법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어 온 원칙이다.


셰브론 원칙은 특히 기술 규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통신, 의약, 환경 등 전문 규제 영역에서 대부분 법은 대략적인 지침만 제시하고, FCC(통신), FDA(의약), EPA(환경) 등 전문 행정기관이 구체적인 해석이나 규제를 내놓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한편, 정부의 구체적인 규제나 처분은 법원에서 소송으로 다툴 수 있음이 원칙이지만, 지금까지 미국 법원은 쉐브론 원칙에 따라 행정부의 뜻을 존중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법원이 정부의 규제 행위에 대해 독자적으로 심사를 하게 된다. IT 영역에서는 얼마 전 FCC가 망중립성 원칙을 복원한 데 대해 통신사 측이 최근 소송을 제기하였다. 쉐브론 원칙이 있었을 때라면 법원은 매우 높은 확률로 FCC의 손을 그냥 들어주었겠지만, 이제는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행정청이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 행위는 법원이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선 어떻게 봐야 할까? 규제에 대해 법원의 심판을 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길이 열렸으니 좋은 일일까? 혹은, 기술 전문가가 아닌 판사의 결정에 놓이게 되어 오히려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일까?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PS> 따끈따끈한 뉴스를 전하려다 보니 조금은 어려운 내용을 첫 포스팅으로 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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