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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Dec 08. 2020

"공산당이 싫어요" 게임한류를 괴롭히는 '판호'의 진실

2016년부터 이어진 '판호 문제' 이젠 풀릴까? 글쎄...

이름도 생소한 '판호'라는 놈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지난 2016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당시 난 '中모바일게임 허가인증제 '판호' 발급시기 12월로 연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분노한 네티즌의 댓글이 수백여개가 달렸다.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 정부가 모바일게임 허가인증제 '판호' 발급시기를 10월에서 12월로 미뤘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콘텐츠 규제를 담당하는 문화부 산하 광전총국은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판호' 발급시기를 12월로 연기했다. 중국에 게임을 수출하는 업체 관계자는 "당초 10월1일로 알려졌던 모바일 판호제 시행이 12월31일로 연기돼 내부에서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마 당시만해도 중국이 한국산 게임의 수입을 5년간이나 전면 차단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1. 사드 보복에서 시작된 게임한류 '한한령'…텐센트도 당했다?


우리로 따지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을 하는 중국 광전총국은 2016년 7월 기준, 모바일게임 서비스 허가권한인 '판호'를 권고에서 의무제로 변경했다. 쉽게 말해 허락받고 게임을 출시하라는 의미다. 당시 업계에선 "외산게임을 규제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공산당의 정책"으로 단순하게 해석했다. 검열이 이뤄지고 수출 과정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그런데 희안한일이 생겼다. '판호제'는 석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16년 10월부터 정식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광전총국 전체 인원은 수십여명에 불과했고, 추가 인력 증원도 없었다. 수백, 수천여개의 게임을 이들이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현지 업체 또한 무언가 궁금한 것이 생겨서 연락을 취하려해도 "담당자가 없다"는 말이 들려왔다. 


해가 지나고 2017년이 됐다. 그제서야 한국 게임사들은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유통·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넘어 게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일부 중국업체들은 3월부터 "한국 게임을 수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내업계에 알려왔다. 한국게임을 중국에 유통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3일 거래하던 중국 게임업체는 중국 정부로부터 한국게임에 대한 신규허가(판호)를 내주지 않을 것이니 수입하지 말라는 구두명령이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리 진행한 IP 계약은 상관 없지만 신규 출시되는 게임은 허가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는지인을 통해 중국 대형게임사 A사의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내게 앉자마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곧바로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 시진핑 제일주의의 장애물? 텐센트도, 넷이즈도 숨죽였다  


그랬다. 2017년부터 중국 정부는 한국산 게임을 떠나 아예 게임산업 전반을 규제하려했다. 당시 중국 매체들은 "공산당 산하 선전국과 광전총국이 중국 현지업체들의 앱스토어와 개인방송, 게임 앱에 대한 고강도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정성과 폭력성을 단속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아프리카TV 같은 모바일 방송플랫폼을 규제해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되는 반시진핑 정서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민주화의 싹을 잘라내겠다는 의미였다.  


본격적인 검열에 앞서 문화콘텐츠 주무부처를 광전총국에서 공산당 산하조직인 선전부로 옮기는 사전작업도 진행됐다. 무시무시한 탐정수사도 뒷따랐다. 이 과정에서 텐센트와 넷이즈 등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사들의 신작 출시도 보류되기 시작했다.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당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홍콩 언론은 "텐센트가 운영하는 게임플랫폼 '위게임'에서 서비스하던 '몬스터헌터' 게임이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중지 명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현지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몬스터헌터 서비스를 위해 상당한 마케팅비를 투입한 것으로 아는데, 명확한 이유없이 판매중지 명령을 받은 만큼 내부적으로도 타격이 클 것"이라며 "판호를 이미 받은 게임까지 이렇게 됐으니, 판호를 아직 받지 못한 한국게임들의 수출은 당분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됐다.


3. 1년간 진행된 공산당의 '게임' 길들이기...한국게임의 봄은 없었다  


해가 바뀌어 2018년이 됐다. 여전히 중국은 공산당 선전부를 통해 온라인게임윤리위원회를 설립,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전반에 대해 일일이 감시를 이어갔다.


그런데 2019년 1월이 되자, 기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광전총국이 자국 게임사인 텐센트 등의 판호(유통허가)를 10개월만에 발급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 길들이기'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텐센트 외에도 넷이즈를 비롯한 자국 게임사들과 심지어 미국과 일본게임사들에게도 판호가 발급됐다. 한국게임사들의 IP를 몰래(?) 활용한 게임도 속속 등장했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는 텐센트와 중국 당국의 관계개선이 이뤄지며 3년간 막혀있었던 한국게임사들의 중국 수출길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를 비롯 10여개의 국내 게임이 텐센트와 중국 유통계약을 체결하고, 수출허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답은 없었다. 다음은 지난 2019년 11월, 넷마블의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나온 말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 "중국 판호 상황은 저희들이 본 관점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는 걸로 보고 있다"


심지어 나름의 꼼수(?)로 중국 게임사에 IP를 수출한 한국게임사 A사는 "수출이라는 주제로 기사가 나오면...공산당 애들이 서비스 막아버릴까바 걱정이에요. 기사를 좀 내려주셔야 저희가 살아요"라고 말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사가 그 기사를 내렸다. 


결론. 공산당 xx들, 도대체 왜 이러는건데...'게임한류' 과거의 영광은 끝났다? 


올 12월에 발표된 중국 외자판호 40여종에 한국산 게임 2종이 이름을 올렸다. 주식시장은 광풍을 일으켰고 판교에선 기쁨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로 다른 하나는 작은 인디게임이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서머너즈 워는 이미 우회하는 방식을 통해 중국에서 비밀리에 서비스 돼왔고, 이젠 정식 수출이 가능해졌을 뿐이다. 나머지 한종은 중국 시장에서 큰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다음 판호 발표에 귀추가 모아진다. 나와있는 시나리오만 수십여개 이른다. 그렇다고 한국산 게임이 대거 중국으로 갈 수 있을까? 5년간 중국 수출을 기다리다 늙어버린(?) 우리의 게임을 수출할 수 있을까.


우리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판호'에 담긴 약소국의 비애를...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한국산 게임에 판호를 발급해줄 이유가 없다. 5년간 한국게임 수입을 철저하게 차단한 덕분에 중국 게임산업은 자립에 성공했고, 한국게임 수출이 막혀도 대륙의 MZ 세대는 큰 불만이 없다. 2000년대 모든 중국인들이 한국게임을 외치던 시절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울러 무역분쟁이라 외치며 WHO에 제소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분쟁의 실질적인 전쟁터인 한국은 북핵문제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쉽지 않다. 어찌보면 우리는 자잘할 수 있는 게임수출 이슈를 의제로 꺼내들며 외교적 압박을 진행할 힘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중국은 게임 총량제를 의식해 선별된 허가로 한종씩..한종씩..한국 게임을 받아들일 공산은 크다. 공산당 제일주의, 시진핑 주의의 완성을 위해 관리가능한 게임만 받을 것이다. 


이제 대륙에서만 1년에 수조원을 벌어들이던 과거의 영광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슬프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대통령도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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