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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Feb 08. 2021

[FreeView] 애플이 너무해 (2) 빅서 게이트

# OS 업데이트 후 '벽돌 현상' 발생


# 구형 제품 쓴 고객 책임?


# 이러지 말자


최근 애플의 최신 맥 운영체제(OS) '빅서(Big Sur)' 업데이트를 두고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 구형 맥북 프로 제품에서 빅서 업데이트 후 먹통이 되는 '벽돌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OS 업데이트 초기에 크고 작은 오류가 보고되는 건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수위가 꽤 심각했고, 특히 문제가 발생한 이후 애플 측의 사후서비스(AS) 방식이 더 문제가 됐습니다. 벽돌 현상의 책임이 구형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응대했기 때문입니다.


애플 'AS 갑질' 논란 불붙인 '빅서 게이트'


최근 국내 IT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빅서 업데이트 후 벽돌이 된 맥북 프로를 수리하기 위해 애플스토어를 다녀온 한 소비자의 '빅서 게이트, 사람 바보 취급하는 애플코리아'란 제품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애플스토어 측은 이 소비자에게 메인보드가 손상됐으나 무상 AS 기간이 끝나 유료로 수리해야 한다며 50만원의 수리비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제품 중고 시세보다도 높은 수리비를 청구받은 이 소비자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습니다. 해당 제품은 분명 빅서 업데이트 지원 모델에 속해있었고, OS 업데이트 알림에 따라 진행했을 뿐인데 제품이 고장 났습니다. 그런데 수리는 유상이라니요.

/ 사진 = 클리앙 캡쳐

애플 측도 최근 2013~2014년형 맥북프로 모델에서 업데이트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공식 지원문서로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스토어는 이 소비자에게 업데이트가 아닌 하드웨어(I/O보드) 고장이 문제라며 유상으로 수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특히 직원에게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자 "매니저가 외국인"이라며 "영어를 할 줄 아시냐"고 무시하듯 응대하거나, "업데이트는 고객님의 선택이다" "저는 구형 기기를 이용하는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대응한 점이 수많은 이용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내 책임, 하드웨어는 고객 책임?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응대를 했을까요? 게시물 만으로는 직원의 태도나 발언의 뉘앙스 등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직원들이 마치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는 '보증기간이 지나 무상수리가 안된다'는 논리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취재 결과, 이는 애플 본사의 방침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빅서 업데이트 이후 I/O보드에 손상이 생기는 현상은 이미 외신이나 커뮤니티에서 흔히 보고되고 있는 문제점입니다. 다만 아직 애플은 이번 빅서 업데이트가 소프트웨어적 문제가 있을 뿐, '하드웨어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은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애플이 제시한 해결방안 역시 '소프트웨어적 해결법' 뿐입니다.

차세대 맥 운영체제(OS) '빅서(Big Sur)'  / 사진 = 애플 이벤트 영상 캡쳐

애플 지원(Support)에 직접 문의해 본 결과 "만일 증상이 발생됐다면 우선적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 문제 분리 및 확인이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문제로 해결이 되지 못하는 경우 기존에 하드웨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잔여 보증 기간에 따라 보증 서비스 가능 여부가 판가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에선 이런 답변도 내놨습니다.


"업그레이드는 소프트웨어 주관이다. 다만 정상적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업데이트 후 빈 화면 등이 나오는 일부 문제에 대해 소프트웨어 접근 방식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나, 기존에 알지 못했던 하드웨어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에는 업그레이드 시 또는 사용하시다가 언젠가는 발생 할 수 있는 문제를 야기한다. 해당 경우에는 보증 기간에 따라 무상 여부가 판가름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연식이 오래돼 건강하지 못한 하드웨어 상태가 업데이트를 계기로 드러났을 뿐이며, 제품 보증 기간이 지난 제품을 무상 수리 줄 의무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스토어 직원과 매니저 역시 이런 취지로 얘기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업데이트를 하기 전에 내 하드웨어가 건강한지 아픈지 확인할 방법은 있을까요? 애플 측은 이런 답변을 줬습니다.


"직접 육안으로 하드웨어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마련돼있지 않다. 업그레이드를 하고 난 후에 문제가 발생해 해당 문제가 업그레이드를 통한 문제임이 확인 된다면 최대한으로 지원 도움을 드리겠다. 다만 업그레이드로 인한 문제가 아님으로 확인된다면 기본적으로 전 세계 공통으로 동일한 서비스가 진행된다."


현재까지 업데이트 후 문제가 생길지 안생길지는 '복불복' 입니다. 문제가 생긴다면 책임 소재는 전적으로 애플 손에 달려있습니다. 해당 모델을 보유하신 분이라면 애플이 이번 업데이트로 하드웨어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하기 전까진 되도록 업데이트를 하지 않거나 미루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돈내고 고칠래, 새제품 살래?


결국 애플스토어에서 자신의 고장난 맥북 프로 제품을 박살내고 돌아온 이 소비자는 빅서 업데이트로 문제가 발생한 제품의 원상복구 및 무상수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현재까지 2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저 역시 맥북 프로 제품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참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보유한 모델은 현재까지 문제가 보고된 기종은 아니지만, 애플의 정책을 알고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직 업데이트를 못하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대로 애플 하드웨어 제품은 타 제조사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수려한 디자인과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에 생긴 '거품'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설계하는 애플의 독특한 생태계 덕에 비교적 오랜 기간 안정적인 성능과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공받는다는 점도 가격에 어느정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쓰고 있는 맥북 프로 / 사진 = 남도영 기자


하지만 이런 강점은 막상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애플 제품은 판매가 만큼 수리비도 고가로 유명합니다. 생태계가 폐쇄적인 만큼 독자 표준이 많고, 전용 나사와 유니바디 등 설계상 수리가 어렵게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어 타사 제품들처럼 자가 수리나 사설 수리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수리비가 겁나 수십만원을 내고 제품 보증 기간을 늘려주는 '애플케어 플러스'를 따로 구매하기도 하지만, 이 기간마저 지나면 애플이 '갑'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제품 결함이 의심되는 상황에 '구형 제품을 사용한 책임'이라며 황당한 답변을 내놔도 소비자들은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엄청난 수리비를 모두 떠안던가, 새제품을 사던가, 둘 중 하나가 애플이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선택지입니다.


과거에도 애플코리아는 2009~2012형 아이맥의 모니터에 얼룩이 생기는 현상을 흡연이나 먼지 등 사용자의 환경 탓으로 돌리며 유상 수리를 고집한 바 있습니다. 집단 소송 움직임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애플은 한 번은 무상 수리를 해주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자신들의 결함이나 과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 10년 된 아이맥은 패널 교체 후 다시 얼룩이 진 채로 책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더 이상 믿기 어렵다


빅서 게이트 사건을 두고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선 "애플이 애플했다"는 반응입니다. 이미 이런 사례가 한 두 건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댐이 무너지듯 그동안 쌓였던 애플 고객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누리꾼들은 "다시는 애플 제품을 사지 않겠다"거나 "신제품 구매 욕구가 싹 사라졌다"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이런 감정적인 반응은 그동안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탓, 불투명한 서비스 절차, 고가의 수리비 청구, 뒤늦은 인정 등이 반복되며 소비자 불만이 쌓이고 쌓인 결과입니다.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가로수길 /사진=애플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네티즌들 사이에선 애플코리아의 사후지원 정책이 타 국가에 비해 부실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애플의 직영 서비스센터는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이 유일한 데, 응대 수준이 해외 지점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또 공식 서비스센터 숫자도 국내 기업의 절반 수준이며, 그나마도 수도권에 몰려있어 지역 소비자들이 불편이 큰 상황입니다.


최근 애플은 연말 연시를 맞아 신품 구매시 기존 최대 14일이던 반품 기간을 최장 2달까지 늘려주는 정책을 전 세계에 시행하면서 한국만 쏙 빼놔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애플코리아 뿐만 아니라 애플 본사 역시 '한국 패싱'을 반복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애플팬'을 자처하던 저를 비롯해 애플 제품 사서 잘 쓰던 소비자들까지 졸지에 주변 사람들에게 '호갱' 취급을 받게 됐습니다. 이래서 계속 애플 제품 쓸 수 있을까요? 부디 애플의 현명한 대처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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