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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Feb 16. 2021

쿠팡은 스타트업이다

[FreeView]

#쿠팡 상장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


#'55조' 스타트업 쿠팡의 성장 방식


#한국 경제에 새로운 대안 보여주길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집 유치원생이 지나가는 쿠팡 차량만 봐도 반가움을 표할 정도로 이미 쿠팡은 우리 생활 전반을 파고들었다. 우리 애는 쿠팡맨이 가져다 준 분유를 먹고 기저귀에 싸고 물티슈로 닦으며 컸다. 적어도 애 키우는 입장에선 그들의 비전처럼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란 생각이 절로 든다.


쿠팡이 제출한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의 70%는 쿠팡 물류센터로부터 약 11Km(7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쿠팡은 30개 이상 도시에 15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1만5000명의 '쿠친(배송직원)'들이 학용품부터 신선식품까지 주문한 제품을 익일까지 배송한다.

/사진 = 쿠팡


눈에 보이는 시설 만이 쿠팡의 전부는 아니다. 이들은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할 때부터 제품이 문앞에 전달되기까지 전 과정을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쿠팡은 인공지능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재고를 필요한 소비자에 더 가깝게 배포해 놓는다. 주문 후 몇 초 내에 수억 개의 재고를 처리하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조합해 차량을 할당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런 쿠팡의 영향력을 절감하게 했다. '로켓배송'으로 시작된 쿠팡의 물류 혁신 덕에 한국은 팬데믹이 와도 사재기가 필요 없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활성 사용자는 1485만명으로, 인당 분기 평균 256달러(약 28만원)를 구매했다.


'로켓성장'과 '로켓적자'


쿠팡 매출은 지난해 119억6734만달러(약 13조2500억원)으로, 전년 62억7326만달러(약 7조1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쿠팡 매출은 2015년 처음 1조원을 돌파했는데, 5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하며 그야말로 '로켓성장'을 했다.


이와 동시에 쿠팡은 지난해까지 41억1800만달러(약 4조543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은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총 34억달러(약 3조7500억원)를 투자 받았고, 이번 상장을 통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사진 = 쿠팡


초고속 성장과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멈추지 않는 투자, 기존 대기업에선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이런 쿠팡의 성장 방식은 유통 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에 충격을 줬다. 지금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쿠팡이 과연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동안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의 영향력을 두려워하면서도 결국엔 실패할 것이라 확신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회사를 비싸게 팔기 위해 '쇼'를 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기존 산업의 관점에서 쿠팡의 방식은 그야말로 '미친 짓'에 가까웠다.


그래서 쿠팡은 스타트업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란 태생의 관점에서 보면 쿠팡의 성장 방식이 그다지 신기할 게 없다. 스타트업은 애초에 기성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스타트업은 고위험 속에서 고성장을 추구한다. 천문학적인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투자가들이 열에 여덟 아홉은 실패하는 스타트업들과 동행한다.


기존의 기업들은 시장에서 입증된 제품을 갖고 개선, 확장, 효율에 초점을 맞춰 움직인다. 반면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제품이 시장에서 잘 작동할 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혁신을 통해 돌파한다.

사진 = 쿠팡


스타트업이 시도하는 실험의 규모가 작을 때는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으나, 쿠팡처럼 조단위로 커지다보면 패러다임이 바뀐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이렇게 성장해 시장을 아예 뒤바꿔놨다.


쿠팡은 그동안의 투자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며 현금 흐름이 흑자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인수제안서를 통해 상장 이후에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진출을 통해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나갈 것을 암시했다. 공격적인 투자와 극적인 성장, 천문학적인 적자는 여전히 위태로워 보일 것이다. 그래서 쿠팡은 여전히 스타트업이다.


더 많은 쿠팡이 필요하다


최근 배달의민족, 하이퍼커넥트 등 국내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조단위 딜을 성사시키며 주목을 받고 있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5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K-스타트업'이 더 주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성과는 지난 20여 년 간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꿔온 덕에 가능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만큼 높았던 적도 없었다. 정부도 대기업도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 의지를 표하고 있다.

/사진 = 쿠팡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겉으로는 유행어처럼 스타트업을 논하지만, 늘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며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숨어있다. 기존 기업들은 10년 간 로켓처럼 성장하는 쿠팡을 보며 안 될거라 생각했다. 따라가느니 망하길 바랐으나, 이미 따라가기에도 늦었다. 스타트업의 성장 방식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K-스타트업 생태계가 넘어야 할 산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 체계, 정부 주도의 국가 발전 모델, 개인의 능력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기업 문화 등 고도성장기를 이끈 성장 신화다. 아직 제조업,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에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스타트업이란 낯설고 어색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고도성장을 이끌어 온 여러 산업과 업종들이 후발국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더 이상 과거의 유물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국가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노키아가 망한 이후 핀란드가 스타트업을 통해 경제를 재건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스타트업은 기존의 성장 발판에 기대지 않은 청년들의 새로운 경제적 터전이자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국가 경제를 지탱할 유일한 수단이다. 콘크리트 같이 단단한 과거의 유물을 깨뜨리고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 방식을 뿌리내리기 위해선 더 많은 '미친 짓'과 성공 신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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